1999년 발표된 고 최진영의 유작인 ‘영원’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1998년 발표된 조성모의 ‘To Heaven’은 가수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와 함께 ‘얼굴 없는 가수’라는 신드롬을 일으키며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이후 발표된 ‘영원’은 가요계의 흐름을 바꿔놓았던 이러한 패턴에 발맞춰 나왔다. 조성모가 무명으로 ‘To Heaven’ 데뷔를 했던 것처럼 최진영은 자신이 최진실의 동생이라는 배경을 없애야 했다. 최진영은 얼굴 없는 가수도 부족해 아예 예명으로 SKY를 들고 나왔다. 애절함이 느껴지는 감성적인 가사와 록 발라드라는 장르의 유사성도 눈여겨 볼 수 있다.
뮤직비디오는 스케일이 부쩍 커졌다. 장동건, 차인표, 김규리, 정준호, 이서진 등 쟁쟁한 톱스타들이 섭외되었으며 장소도 벤쿠버 올로케로 진행됐다. 해외 입양과 거기에서 비롯된 형제간의 비극이 뮤직비디오의 주된 내용이다.
캐나다로 입양을 떠난 두 형제는 함께 찍힌 사진 한 장을 나눠가진 채 각각 다른 가정으로 입양된다. 동생인 장동건은 정부 주요관직을 암살하는 킬러로, 형인 차인표는 그를 뒤쫓는 FBI 수사관으로 성장했다. 장동건은 암살 임무를 수행하던 중 그 가정에 입양된 한국인 아이를 보게 됐고, 공원에서 자책감에 자살을 시도했으나 김규리를 만나 마음을 돌리게 된다.
김규리는 장동건의 옷을 세탁하던 중 낡은 흑백사진을 보게 된다. 그들 형제가 어렸을 때 함께 찍었던 사진이었다. 이후 김규리는 장동건의 뒤를 쫓는 차인표의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장동건이 가지고 있던 것과 같은 사진이 담긴 액자를 발견했다.
차인표는 동생을 찾으려 부단한 노력을 했다. 그 와중에도 장동건의 뒤를 쫓는 일은 멈추지 않았다. 수사망을 좁혀오던 중 차인표의 수사로 장동건과 갈등을 빚었던 동료들이 김규리를 납치하는 일이 벌어졌다. 장동건과 동료들이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는 사이 차인표와 경찰 특공대가 현장에 도착, 이들을 전원 사살했다.
구출된 김규리는 장동건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며, 그의 품 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차인표에게 보여준다. 그것은 차인표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장동건이 자신과 함께 찍힌 어린시절 그 사진이었다. 차인표는 자신의 손으로 동생을 죽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절규하게 된다.
작품만 놓고 봤을 때 ‘영원’은 애절함이 묻어나는 멜로디와 가사, 최진영의 허스키한 중저음, 한 편의 영화 같은 연출과 스토리가 있는 뮤직비디오, 쟁쟁한 스타들의 연기력 등 조화가 한데 어우러진 수작이었다. 1999년과 2000년에 걸쳐 받았던 수상 이력은 이를 반영한다. 최진영 개인적으로는 배우가 아닌 가수로서의 최진영, 그리고 최진실의 동생이 아닌 최진영의 발견이 이뤄졌다. 실력으로 자신을 인정받으려는 그의 노력은 이렇게 빛을 보았다.
그런 그가 최진실이 세상을 떠난 지 약 2년 뒤인 2010년, 뒤를 이어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 선택을 했다. 많은 이들이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같이 눈물 흘리기도 했다. 오늘(3월 29일)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딱 6년째인 날이다. 그의 길진 않았던 삶이 노래 한 곡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불멸의 ‘영원’을 노래한 가수로 기억에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노래 또한 여기 현실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