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차길진의 갓모닝] 490. 반갑지 않은 사람
처음 사람을 만날 때 쓰는 인사말인 ‘반갑습니다’는 ‘반가’와 ‘같습니다’가 합쳐진 말이다. 여기서 ‘반’은 고어로 ‘하늘, 신’을 의미하며 ‘반갑습니다’의 진짜 의미는 ‘당신은 신과 같습니다’가 된다. 사실 이는 틀린 말이 아니다. 사람은 모두 예비 신이요, 죽으면 다 조상신이 되기 때문이다. ‘반’이 들어가서 나쁜 말이 없다. ‘반듯하다’, ‘반질반질하다’ 등 ‘반’은 모양새가 좋고 바람직한 것을 나타내는 말에 주로 쓰였다.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을 만나도 첫 인사가 ‘반갑습니다’였다. 미국인을 봐도, 아프리카인을 봐도‘당신은 신과 같습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반갑습니다’라는 말 자체에 인본주의 사상이 담겨있는 것이다. 사람을 신처럼 존중하며 예절을 지키는 것이 우리 민족의 전통이었다.
그런데 ‘반갑습니다’라는 말이 잘 통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조선을 정복하고자 야욕을 불태웠던 이들이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 또 조선을 식민지화하는데 앞장섰던 이토 히로부미 같은 사람들이다. 특히 일제 강점기 때 조선총독들이 저지른 만행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마지막 조선총독인 아베 노부유키의 망언은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그는 일본의 패망으로 우리나라를 떠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패했지만 조선이 승리한 것이 아니다. 내 장담하건데 조선 국민이 정신을 차려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 세월보다 훨씬 더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 국민에게 총과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결국 조선 국민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보라! 실로 조선은 위대했고 찬란했지만 현재 조선은 일본 식민교육의 노예로 전락했다. 그리고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아베 노부유키는 A급 전범으로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용케도 전범리스트에서 빠져나갔고, 1953년 사망했다. 이름이 비슷한 현 총리 아베 신조는 마치 손자라도 되는 듯이 극우 정권의 수장으로서 지속적으로 독도영유권 주장, 위안부 문제 억지주장 등으로 우리 국민을 분노하게 하더니 최근에는 대미외교에 힘을 쏟아 일본이 전범국가에서 원폭피해국으로서 이미지를 바꾸려 시도하고 있어 우리를 아연실색하게 하고 있다.
지금 일본은 여러 가지 상황이 좋지 않다. 아베노믹스로 반짝 호황을 누렸던 일본 경제는 악화되고 있으며, 구마모토 현을 강타한 지진으로 일본 국민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있다. 5년 전 동일본 대지진이 재현될까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아베 정권의 우경화는 계속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아베 노부유키와 행보가 똑같은 건 우연일까. 아베 신조의 전생이 아베 노부유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최근 구마모토 지역에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하여 모두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한국인이 우물에 독약을 탔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 좀처럼 바뀌지 않는 그들이기에 반갑다는 말이 제대로 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