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62) 국가대표팀 감독, 신태용(46) 올림픽대표팀 감독 등 대표팀 지도자들과 최강희(57) 전북 현대 감독, 최용수(43) FC 서울 감독 등 K리그를 이끌고 있는 사령탑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일간스포츠와 스포츠조선, 스포츠경향, 스포츠동아, 스포츠서울, 스포츠월드 등 스포츠전문 미디어 6개사가 주최하는 '2016년 축구인 골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봄기운이 가득한 9일 경기도 용인 골드 골프장에서는 축구인들의 웃음꽃이 피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대회인 만큼 그들의 우정도 3배 커진 듯 했다.
◇신태용, 리우 메달 염원 담아 '나이스 샷'
"올해도 이 골프대회에서 반드시 우승을 하고 싶다."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첫 번째 홀 티샷을 앞두고 내뱉은 각오다. 신 감독은 필사적으로 대회 우승을 노리고 있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우승을 노리지 않았다. 화합과 소통의 장으로 편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신 감독만이 유독 의지가 불탔다. 이유가 있었다. 그는 지난해 2월 열린 2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이다. 우승을 차지한 뒤 올림픽대표팀이 잘 풀렸다. 올해도 이 대회의 좋은 기운을 받고 싶은 마음이다.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위해서다. 그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한 뒤 올림픽대표팀은 거침없이 전진했다. 올해도 우승을 해 리우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리우 올림픽 남자 축구 C조에 편성돼 피지(8월 5일), 독일(8일), 멕시코(11일)와 일전을 치른다. 조 2위 안에 들어야 8강에 진출할 수 있다. 올림픽을 3개월 앞둔 지금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상대 전력 파악이다.
그는 "오는 19일에 프랑스 툴롱컵을 보기 위해 출국한다. 27일에 들어올 것이다. 23세 이하 대회인데 멕시코올림픽대표팀이 출전한다"며 "멕시코 전력을 파악하기 좋은 기회다. 감독 전술도 가까이에서 엿볼 수 있다.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 포르투갈 대표팀도 나와 지켜볼 예정이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어 "우리 조에 피지를 제외하고는 절대로 만만한 팀이 없다. 정말 어려운 조다. 유럽 강호 독일에 디펜딩 챔피언 멕시코가 있다"며 "피지전에서는 전술을 숨길 생각이다. 독일전을 상대로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울 구티에레스(50) 멕시코 올림픽대표팀 감독과의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그는 "최근 브라질 현지 답사 현장에서 구티에레스 감독을 만났다. 그와 훈련장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눴다"며 "경기장에서 훈련장까지 1시간40분이 걸린다. 너무 멀다. 함께 논의를 해서 환경을 바꿔볼 생각이다. 서로 좋은 컨디션으로 붙자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구티에레스 감독이 국제축구연맹(FIFA)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올림픽 우승 후보 중 하나다"고 말한 것에 대해 신 감독은 "멕시코 감독이 그렇게 말해 부담감만 더 커졌다"고 크게 웃었다.
선수 구성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이제부터는 깜짝 발탁은 없다. 올림픽은 골프대회처럼 이벤트가 아니다. 로드맵은 이미 다 구상했고 큰 밑그림은 그렸다"며 "와일드카드 포함 3자리 정도 고민 중이다. 앞으로 더 세밀하게 디테일하게 준비를 할 것이다. 4개국 대회도 한국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다짐했다.
이번 골프대회에서 신 감독은 우승과 함께 원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K리그 클럽 감독들과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들과의 자연스러운 스킨십이다. 올림픽대표팀 선수 관리와 차출 등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 위함이다.
그는 "경기장에서는 예민하다. 감독님들은 경기에만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는 자연스럽게 K리그 감독님들과 연맹에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며 "선수 관리, 선수 소집과 관련해 배려를 부탁할 생각이다. 많은 분들이 올림픽을 위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신 감독과 같은 조에서 라운드를 펼친 차범근(63) FIFA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신)태용에게 브라질의 운명이 걸려있다. 태용이가 힘을 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면 내가 무엇을 하지 못할까"라고 진심을 담아 응원했다.
아쉽게도 신 감독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은 3오버파 75타를 치는 수준급 실력을 선보였지만 신페리오방식에서는 핸디캡 2.4를 적용받는데 그쳐 네트스코어 72.6타를 기록했다.
우승은 서정원(46) 수원 삼성 감독에게 돌아갔다. 서감독은 이날 82타를 기록했지만 신페리오방식에서 핸디캡 10을 적용받아 네트스코어 70.0타로 최강희감독(81타·네트스코어 70.2타)을 0.2타 차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서감독은 이 덕분에 우승 상품으로 삼성 50인치 TV를 받았다.
3위는 이운재(43) 올림픽대표팀 골키퍼 코치(73타·네트스코어 70.6타)가 차지했다. 이날 김기동(45) 올림픽대표팀 코치는 2언더파 70타를 쳐 메달리스트의 기쁨을 안았다.
이 밖에 이흥실(55) 안산무궁화 감독이 300m를 날려 롱기스트를, 정진혁(52) 전주대 감독이 핀 70cm에 붙여 니어리스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