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쉬 도날드슨, 호세 바티스타, 에드윈 엔카나시온, 트로이 툴로위츠키로 이어지는 ‘핵타선’의 힘이 가장 컸지만, 시즌 중에 합류한 투수 데이빗 프라이스의 공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는 토론토로 합류한 이후 11경기에서 2.30의 평균자책점과 9승을 거뒀다. 그 프라이스가 FA로 팀을 훌쩍 떠난 이후, 토론토의 선발 투수진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풀시즌 경험이 없는 마커스 스트로만, 하향세가 뚜렷한 RA 디키, 15년 성적이 의심스러운 마르코 에스트라다, JA 햅으로 짜여진 선발진에는 모두 물음표 하나씩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개막되니 선발 투수진은 토론토의 약점이 아닌 강점이었다. 3점대 중반 평균자책점으로 아메리칸 리그 상위권이다. FIP(수비무관 자책점)는 리그 1위를 달렸다. 불안해 보이던 네 선수가 분전해준 덕도 있지만, 가장 큰 원동력은 92년생 신성 애런 산체스의 등장이었다.
노아 신더가드와의 라이벌
2010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권 넉 장을 가졌던 토론토는 2장을 대학생 투수, 나머지 2장을 고등학생 투수에 사용했다.
이때 뽑힌 두 선수가 바로 애런 산체스와 노아 신더가드(현 뉴욕 메츠)다. 동갑내기 두 선수는 늘 엎치락뒤치락했다. 드래프트 순번에서 (1라운드 34번 > 1라운드 38번) 산체스가 약간 앞섰고, 프로 첫시즌을 보낸 뒤 2012년 유망주 랭킹에서도 산체스가 팀내 6위, 신더가드가 팀내 7위를 차지하며 박빙이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13년 유망주 랭킹에서는 신더가드가 팀내 5위, 산체스가 팀내 6위를 차지하며 순서에 변화가 생기기도 했다. 위력적인 직구를 바탕으로 한 호쾌한 투구를 펼치는 그 둘을 보면서, 토론토 팬들은 15년전 로이 할러데이 – 크리스 카펜터에 버금가는 투수 유망주 듀오가 등장했다며 행복해했다.
하지만 행복한 상상은 머지잖아 공상이 됐다. 노아 신더가드가 트레이드로 팀을 떠난 것이다. 이후 신더가드는 새 팀 뉴욕 메츠에서 만개했다.
14년 유망주 랭킹에서 전미 16위와 팀내 1위를 차지했고, 15년에는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해 무서운 구위를 뽐냈다. 올시즌에도 신더가드의 피칭에는 평균자책점에서는 클레이튼 커쇼, 제이크 아리에타와 경쟁을 벌인다. 더욱 놀라운 건 패스트볼 구속이다. 현재 평균 구속 98마일(158km)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2위인 네이선 이발디(96.9마일)와 큰 격차로 1위다.
신더가드가 떠난 뒤 팀에 남은 산체스도 성장했다.
2014년 그 역시 팀내 유망주 1위를 차지했고, 전미 유망주 랭킹에서도 32위에 오른다. 2014년 막판 신더가드보다 한 발 앞서 빅리그에 데뷔했고, 시즌 막판 잠시 마무리로 뛰기도 했다.
성적은 24경기 평균자책점 1.09에 3세이브. 지난해에는 개막전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다. 한 차례 부진과 부상을 겪은 뒤 후반기 다시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고, 상승세를 탄 팀 투수진의 허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하지만 제구력의 한계로 불펜에서만 제 몫을 해냈다. 신더가드가 내뿜던 빛에 비하면 초라했다.
2016시즌 새롭게 거듭난 산체스
하지만 올시즌 산체스는 달라졌다. 선발 자리에서도 신더가드 못지 않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세부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9이닝당 삼진수는 5.95에서 7.93으로 상승했으며, 9이닝당 볼넷수는 4.29에서 3.20으로 감소했다. 9이닝당 피홈런도 0.88에서 0.61로 감소했다.
이유는 구종 변화에서 찾아낼 수 있다. 지난해까지 산체스는 직구에 의존하는 ‘원 피치’ 선수에 가까웠다. 80% 공을 직구로 던졌으며 커브와 체인지업을 간간히 섞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73%의 공을 직구로 던지고 있다.
대단히 높은 비율이기는 하지만, 섞어 쓰는 커브와 체인지업의 효율성이 올라간 모양새다. 체인지업은 0.095의 피안타율을, 커브는 0.108의 피안타율을 기록하는 등 확실한 결정구로 자리 잡았다. 이에 힘입어 올시즌 산체스는 보조구질의 구종가치 역시 높게 평가되고 있다. (팬그래프 기준 커브볼 –0.23 -> + 2.06 / 체인지업 –3.31 -> +3.13)
뿐만 아니라 그의 경기를 본 스카우터들은 전반적인 커맨드(공을 원하는 위치에 던질 수 있는 능력으로, 단순히 스트라이크 존에 넣을 수 있는 능력인 컨트롤과 구분)가 크게 향상되었다고 말한다. 한 가지 예로 그의 우타자 상대 체인지업을 살펴보자.
왼쪽은 지난해 선발로 뛰던 시절의, 오른쪽은 올시즌의 표본이다. 지난해에는 일정한 탄착군이 형성되지 않고 그저 존을 향해 던졌다. 올시즌은 체인지업의 대가 펠릭스 에르난데스와 같이 우타자의 바깥쪽 아래 지점으로 정확하게 날아가고 있다.
스트라이크존을 향해 그저 공을 힘껏 강하게 던지는 ‘스로워(Thrower)’였던 그는, 이제 유인구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해낼 수 있는 ‘피처(Pitcher)’가 된 것이다.
올시즌 유난히 23살 투수들의 활약이 무섭다. 앞서 언급한 신더가드 외에도 ‘쿠바 특급’ 호세 페르난데스, 16K 완봉승을 거둔 빈센트 벨라스케스, ‘쿼터 코리안’ 조 로스 등이다.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자리는 5년 넘게 커쇼의 독주체제다. 포스트 커쇼를 노리는 젊은 투수들의 경쟁이 뜨겁다.
임선규(비즈볼프로젝트)
지속적인 스포츠 콘텐트 생산을 목표로 하는 젊은 스포츠 연구자들의 모임. 일간스포츠와는 2014년부터 협력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