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전까지는 이름조차 낯설었다. 지금은 모든 넥센 팬이 환호하는 선수다. 풀타임 첫 시즌에 벌써 '에이스' 소리까지 듣는다.
넥센 신재영(27)은 손사래부터 쳤다. 올 시즌 성적이 8승 2패, 평균자책점 2.81. 승수와 평균자책점 모두 국내 투수 가운데 1위다. 그는 "한 번도 내가 에이스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갑작스런 변화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다. 두 가지를 머릿속에 새긴다.
◇신재영은 '투 피치' 투수가 아니다
신재영은 직구와 슬라이더만 던진다. 왼손 타자에게 약할 수밖에 없는 사이드암 투수다. "선발로 롱런하기 어렵다"는 평가는 늘 따라다녔다. KBO리그 역대 최강 사이드암 투수가 넥센에 있다. 이강철 수석 코치다. 그는 "신재영은 투 피치 투수가 아니다"라고 강조해왔다. 신재영에게도, 기자들에게도 똑같이 얘기한다.
"신재영은 두 종류 슬라이더를 던진다. 하나는 옆으로 휘고, 하나는 아래로 떨어진다. 타자들이 체감하기에는 다른 구종이다"라고 설명한다. 신재영은 최근 투심패스트볼도 섞어 던진다. 같은 직구 계열이라도 포심패스트볼과 궤적과 스피드가 많이 다르다. 이 코치는 "신재영의 투심이 좌타자를 상대할 때 특히 유용하다"고 했다.
비슷한 성공 사례도 있다. 사이드암 선발 투수인 NC 이재학은 직구와 체인지업만으로 3년 연속 10승을 해냈다. 체인지업을 양쪽 코스로 모두 던질 줄 안다. 김경문 NC 감독도 "어설프게 밋밋한 변화구 여러 개를 던지는 것보다 확실한 구종을 던지는 게 낫다"고 했다.
신재영 역시 슬라이더라는 막강한 무기가 있다. 굳이 시즌 도중에 구종 추가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 신재영은 "투심패스트볼에 체인지업도 연습하고 있다. 그러나 일단 남들이 '투 피치'라 해도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자신감 있게 던지려고 한다"고 했다.
◇신재영은 '5선발'이다
벌써 8승이다. 슬슬 승수가 신경 쓰인다. 그러나 신재영은 스스로를 '5선발'로 규정한다. 실제로 다섯 번째 선발 투수로 시즌을 출발했다. 그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내가 5선발로 시작해서 상대 선발 투수 대진운이 조금 따르는 것 같다. 다른 팀 에이스급들과 맞대결한 기억이 많지 않다"며 "그 덕분에 8승까지 올라왔다. 1~3선발이었으면 이 정도 성적은 못 냈을 것 같다"고 자세를 낮췄다.
욕심이 생길 때마다 한 번 더 '5선발'이라는 단어를 마음에 새긴다. 계기가 있다.
개막 후 이어진 4연승이 끝나고 2경기에서 내리 패전투수가 됐다. 특히 두 번째 패전이던 대구 삼성전에선 4⅓이닝 5실점을 기록했다. 유일하게 5회도 못 넘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는 당시 "마음이 불안해서 '이게 안 되나, 저게 안 되나' 혼자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 놓았다. 그때 손혁 넥센 투수코치가 그를 툭 치며 말했다. "5선발이 그 정도면 잘 하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 까불지 말고 다음 경기 준비나 잘 해라." 그 후로 신재영은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에이스나 신인왕은커녕 그저 "1군에서 꾸준히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게 유일한 목표였다"던 초심을 떠올린다.
신재영은 지금 생기가 넘친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1군 선발 로테이션에 처음 든 신재영의 투구 수를 관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신재영 역시 풀타임 첫 해의 시행착오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그는 "아직은 다 즐겁기만 하지만, 나중에 어떤 고비가 올지는 아직 나도 모르겠다"며 "여름쯤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을 이겨내기 위해 열심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