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프로듀스101'은 올상반기 방송가를 비롯해 가요계를 강타한 히트상품이다. 수많은 시청자들은 '픽미 픽미 픽미업~'의 중독성 강한 후렴구에 빨려 들어갔고 반복 재생을 클릭하며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101명 소녀들이 보여준 꿈을 향한 길은 처절하고도 짜릿했다.
프로그램의 인기는 다 '죽어가던'팀에도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지난 해 9월 7인조로 데뷔해 '왠지'로 활동한 다이아. 이렇다할 관심을 받지 못하고 활동을 접었던 이 팀 소속의 정채연과 기희현은 '프로듀스101'출연으로 인지도를 수직으로 끌어올리며 팀을 다시 살려냈다. 지난 14일 계약 만료된 승희가 빠지고 새 멤버 은채를 투입해 다이아는 7인조로 컴백했다.
그 사이 꽃길만 걸었던 건 아니다. 최종 11명 아이오아이에 뽑힌 정채연이 다이아 활동을 재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악플이 쏟아졌다. "팀에서 잠정탈퇴한 상태"라던 정채연의 말이 거짓이란 지적이 날아들었다. 아이오아이의 팬들은 '프로듀스101'을 그룹 다이어 홍보에 이용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나섰다. 정채연은 악플세례를 견뎌야 했고 결국 다이아 컴백 쇼케이스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꿈을 쫓다 휘청거리는 듯한 청춘들의 모습은 불안해 보이기도 했다.
'취중돌'인터뷰에서 만난 '소녀'들은 생각보다 단단했다. 아이오아이가 되지 못하고 파이널에서 탈락한 기희현은 "탈락 후 너무 무서웠고, 홀로 연습실에 돌아왔을 때는 눈 앞이 깜깜했다"면서도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프로그램을 통해 이렇게 많은 걸 얻었는데 불평은 배부른 투정"이라며 스스로를 달래는 듯 했다.
신인이라 '군기'가 바짝 든 두 멤버는 '취중돌' 인터뷰를 위해 찾은 식당에 들어서는 손님들과 눈이 마주치면 벌떡 일어나 인사해 모두를 '빵' 터뜨리기 일쑤였다. 진지와 유쾌 사이를 기분좋게 넘나든 두 사람은 홀짝홀짝 와인잔을 비워냈다.
[취중Dol①]에서 이어집니다.
-'프로듀스101'에 들어가면서 잠정탈퇴라는 말을 써서 논란이 됐죠.
(기) "사실 탈퇴라는 단어가 민감하잖아요. 사실 회사 분들이 저희를 존중해주신 거예요. 우리가 욕심을 내서 이 프로그램에 들어갔고, 회사에서 최대한 배려를 해준거죠. 어떻게 보면 우리가 죄송해야하는 문제에요."
-근데 왜 다이아 중에 두 명만 나가게 된간가요.
(기) "우리가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많이 해봤는데, 유독 도전해 보고 싶은 의지가 컸어요. 다른 친구들도 열심히 하지만 생각이 달랐던 것 같아요."
(정) "우리가 선택한거예요."
-회사에서 먼저 나가라고 했던게 아닌가요.
(기) "엠넷에서 다이아로 데뷔하기 전에 회사로 연습생들을 보러 왔었어요. 그때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마음 속으로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 과정에서 다이아로 데뷔하게 됐고요."
-다시 다이아로 합류한다는 보장이 없었다던데.
(기) "기약이 없었어요. 무서웠어요. 그리고 심지어 저는 아이오아이가 되지도 않았잖아요. 정말 무서웠죠. 결정된 것이 없었기 때문에요. 아이오아이 떨어진 후에도 다이아로 합류할 지 결정이 되지 않았어요. 탈락 후엔 혼자 연습했죠. 다이아 친구들은 또 따로 연습하고 있었고요."
-그럼 언제 다이아에 합류한건가요.
(기) "다이아 컴백 준비 끝자락에 들어갔어요. 처음에는 다시 다이아에 들어갈 수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은 적도 많았어요. 그런데 제가 선택했던 거였고, 결과가 이렇게 됐으니 그 전까지는 랩 연습에 몰두했었어요. "
-'프로듀스101' 당시 다이아 활동에 대한 인지도 덕을 좀 본 것 같은데.
(기) "다이아 팬층이 두터운 것은 아니에요. 프로그램 초반에 다이아로 데뷔한 이점을 바라지도 않았어요. 그저 열심히 하면 좋아하겠다는 마음이었죠. 실제로 서바이벌 하면서 다이아로 데뷔한 덕을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연습생의 마음이었어요. 그때도 저는 사실상 연습생이 맞았아요."
-그런데 초반에 데뷔했던 연습생이라는 점에서 조명을 많이 받았죠.
(기) "연습생들은 이쪽일에 있다보니까 새로운 신인 나오면 데뷔여부나 차트에 뜨면 한 번씩 다 들어보기 때문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그 친구들은 신기했을 수도 있어요."
-최근 다이아 쇼케이스때 정채연이 눈물을 보였죠.
(정) "욕을 정말 이렇게 많이 먹을줄 몰랐어요. 아이오아이 활동으로 인지도를 올린 뒤 다이아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많았어요. 우리가 또 아이오아이 출신 중 걸그룹으로 컴백하는 첫번째 그룹이었기 때문에 더 그랫던 것 같아요. '그럴거면 왜 프로듀스 나와서 경쟁했냐'는 비난도 하시더라고요. 댓글을 안보려고 노력은 하는데 궁금해서 다 보게됐어요."
-처음이라서 더 욕을 먹었어요.
(정) "먼저 욕을 먹는게 마음이 편해요. 엄청 마음이 힘들때는 울기도 많이 울었는데 이제는 괜찮아졌어요."
-힘든 시기를 어떻게 이겨냈나요.
(정) "길러지더라고요. 옆에서 많이 응원해주고 '힘내라' '밥 잘챙겨먹어라' 이런 이야기를 보면 힘이 나고 감사드리죠. 떠날 수도 있는 팬들인데 떠나지 않고 지켜주더라고요."
-아이오아이 활동이 자양분이 많이 됐나요.
(정)"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스케줄이 진짜 많았거든요. 단체로 잠을 거의 못잔 적이 많았어요. 그러다보니까 체력 버티는 것이 많이 길러졌어요. 힘드니까 우리끼리 일부러 스케줄 다하고 연습실 들어가면 다같이 '웃으면서 합시다' 이렇게 외치고 시작했어요. 정신력도 많이 강해진 것 같아요."
-아이오아이 멤버들은 소속사도 각기 다른데, 삐그덕댄 적은 없나요."
(정) "연습체계가 다 다르잖아요. 우리는 딱 맞추고 개인연습하는데, 어떤 곳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같이 해야 한다' 이런 곳도 있었어요. 힘들었죠. 우리끼리 플랜을 짜서 움직였는데, 안무같은 경우에는 '나영언니, 청하언니한테만 하게 하고 다 따르자. 대신 정말 이상한게 있으면 이야기 하자' 이런식으로 맞춰나갔어요. 노래 같은 경우는 연정이랑 세정언니가 잘하니까 배울 것 있으면 배우면서 했어요. 처음에 이야기 해서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했어요. 같이 연습을 오래 하다보니까 알거든요. 누가 기분이 안좋고 예민한지를요. 그때는 서로 안건드려요. 갑자기 싸움이 나면 안되니까 서로 맞췄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