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결국 왼 어깨에 칼을 댄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조만간 이정후가 찢어진 관절와순 수술을 받는다'고 지난 18일(한국시간) 발표했다.
KBO리그 복수의 구단에서 트레이닝을 담당한 허재혁 코치는 "관절와순은 어깨 연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연골의 윗부분이 찢어지면 흔히 말하는 슬랩(SLAP·관절와순병변)이라고 한다. 이정후는 (부상 상황과 구단 발표를 종합하면) 슬랩보다 연골의 뒤쪽이 찢어져 이를 봉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몬태나주립대와 오클라호마대를 거친 허재혁 코치는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팀에서 트레이너로 일한 이력이 있다. 지난 13일 신시내티 레즈전 수비 중 펜스에 부딪혀 교체된 이정후는 한동안 '구조적인 손상(structural damage)'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었는데 허 코치는 "연골은 물론이고 인대나 힘줄이 찢어져도 (미국에서는) 구조적인 손상이라는 표현을 쓴다"며 "관절와순은 찢어진 정도에 따라 단계를 나누는데 (의학적으로) 파열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야구 운영 부문 사장은 "이정후가 2~3주 안에 수술한다. 내년 1월까지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밝혔다. 키움 히어로즈 수석 팀 닥터 겸 대한체육회 의무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상훈 CM 충무병원 원장은 "6개월이면 충분히 복귀할 수 있다. 이정후처럼 관절와순이 찢어진 건 (어깨) 수술 중에서도 가장 쉽고 간단하다"라고 말했다.
이상훈 원장은 월드 럭비 의무위원(아시아 리더)으로도 활동, 럭비 선수의 어깨 부상 치료 경험도 풍부하다. 그는 "(몸싸움이 치열한) 럭비 선수들도 관련 수술을 하면 5~6개월 정도면 회복한다"며 "어깨를 세게 부딪치면 관절와순이 파열되는 것뿐만 아니라 뼈가 함께 부러지는 경우도 있다. 뼈가 닳기도 하는데 그러면 라타젯(Latarjet operation)이라고 하는 뼈 이식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똑같은 탈구여도 양상에 따라 수술 방법은 천차만별. 이상훈 원장은 "이정후의 부상을 봐서는 크게 빠졌을 거 같진 않다"며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걸 강조했다.
허재혁 코치는 "재활을 하면 수술하는 것보다 빨리 복귀할 수 있는데 자칫 어깨 탈구가 반복돼 습관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술을 하면 확실히 부위가 단단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상훈 원장은 "(이정후 입장에서 왼 어깨는) 공을 던지는 팔이 아닌 만큼 만약에 나라면 수술을 안 할 거 같다. 투구 반대 팔에 습관 탈구가 있는 투수도 있다"며 "미국의 경우는 팀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팀이 결정하면 보통 (선수는) 따라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