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은 지난 28일 종영한 tvN 월화극 ‘또 오해영’에서 주인공 오해영 역을 맡아 출연했다. 지상파를 누르고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한 이 드라마에서 서현진은 오해영이라는 맞춤옷을 입고 신흥 로코 기대주로 변신했다. 주연급 배우라고 확실시하기엔 어딘가 조금 부족했던 그가 타이틀롤을 맡아 드라마를 이끌어 간 것이다. 서현진은 이 드라마의 성공으로 단숨에 명실상부 주연급 배우로의 ‘신분 상승’을 이뤄냈다.
누군가는 한껏 그 인기를 누리고 있을 때이지만 정작 서현진은 현실을 차분히 받아들일 따름이다. 현재를 즐기겠지만 또 너무 기뻐하진 않겠다는 게 서현진의 생각. 종영 직후 만난 그는 “지금의 인기가 언젠간 사라질 것이란 걸 안다”면서도 “많은 시청자들이 함께 울고 웃어주시는 게 이렇게 기쁜 일이란 걸 처음 알았다”고 털어놨다. -'또 오해영' 9주의 여정을 끝냈다. 어떤 기분인가.
“아직 실감나진 않는다. 어떤 애청자들보다 배우들이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일등 애청자일거라고 이야기하곤 했는데, 다들 드라마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지 않을 거다.” -'또 오해영'의 오해영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겠다.
“사실 그 전까진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지 몰랐다. 대본을 보면서 내가 울고 웃었던 포인트들을 시청자 분들이 같이 마음 아파하고 기뻐해주신다는 게 좋은 일이란 걸 처음 알았다. 드라마가 웰메이드라 더 기분이 좋다.”
-젊은 여성 시청자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이 시청률 상승을 견인했다고 본다. 같은 또래로서 서현진은 오해영이라는 인물의 어떤 부분에 공감했나. “'또 오해영'의 이야기는 오해영의 자존감이 한 축을 이루고 있고 또 다른 축은 사랑 이야기다. 자존감이 낮은, 그렇지만 어떻게든 이겨고 살아가는 건 모든 사람들의 숙제이지 않나. 나 또한 나의 존재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그런 부분들이 잘 표현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랑 이야기 부분에 있어서는 내 연애의 민낯을 다 보여드리고자 했다. 오해영이라는 캐릭터이지만 서현진이라는 사람이 연기하고 있기 때문에 내 민낯을 보여드리지 않으면 공감을 얻어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곧 나의 밀착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길 바랐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순간 순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창피한 순간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스태프 분들이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주셨다. 결론적으로 그동안 찍었던 작품 중에 가장 거짓 없이 연기했다.” -서현진 개인적으로는 어떤 장면에 가장 공감이 갔나. “12회 중 '너한텐 그렇게 쉬웠던 나를, 어떻게 나를 쉽게 버리니'라는 대사가 있었다. 물론 실제로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뱉어본 적은 없지만, 그 감정을 느껴본 적은 있다. 촬영 당시 한 번도 연습해 보지 않고 현장에서 처음 대사를 입 밖으로 꺼내봤는데 진짜 많이 울었다.”
-오해영의 행동 중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다행히 이해 하기 힘들었던 부분은 없었다, 대신 주책 맞은 부분은 있었다. 남자에게 눈이 멀어 엄마와 아빠도 보지 않고 그러지 않나. 마지막 회에서 부모님에게 같이 가서 이야기해 달라고 하는 장면을 찍을 땐 현장에 있던 모든 분들이 배신감을 느꼈다고 하더라. 딸자식 키워 봐야 소용없다고. 저도 그건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만큼 너무 좋은 거다. 아무 것도 안 보이는 그런 사랑을 나도 하고 싶다.”
-2회 연장 결정으로 전개가 느슨해졌다는 비판도 있었다. “난 작가님이 쓰신 대본에 전혀 불만 없었다. ‘또 오해영’은 다른 미니시리즈 드라마 대본에 비해 장면 수가 많았다. 보통 한 회 60개의 장면이 있다면 저희는 70개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분량이 넘쳐서 자연스럽게 대본 엔딩과 방송 엔딩이 틀어졌다, 간단히 말하자면 대본상 8회 엔딩이 방송으론 10회 엔딩이다. 이미 2회 분량이 늘어져 있던 상황인 거다. 연장이 딱히 드라마에 독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이제부터 오해영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닐 거다.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기억해주시는 캐릭터가 있는 건 감사한 일이다. 그런 캐릭터를 평생 못 만날 수도 있는 것이니까. 더군다나 그 작품이 내 맘에 드는 작품이어서 다행이다. 예전엔 출연 중인 드라마를 본방사수 해본 적이 거의 없는데, 이번 드라마는 다른 캐릭터들이 연기하는 게 궁금해서 본방사수할 정도였다. 내가 애착하는 드라마를 나의 작품으로 가장 많이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잘 극복하는 건 나의 몫이다.”
-‘또 오해영’ 종영 이후 서현진의 입지는 달라질 것이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입지가 달라질 것 같진 않다. 달라지면 좋겠지만 안 달라져도 좋다. 난 촬영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시청률이 좋지 않았던 작품도 좋아한다. 지금의 인기가 분에 넘치는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사라질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냥 흘러가는 것이다. 그래야 사는 게 재밌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