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 노르딕스키 국가대표 신의현과 김윤지가 크로스컨트리 훈련에서 나란히 설원을 질주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저보다 더 괴물이에요."
'원조 괴물'이 인정했다. 한국 동계패럴림픽 사상 유일한 금메달리스트인 신의현(46·BDH파라스)이 20대 '괴물 철녀' 김윤지(20·BDH파라스)를 향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름에는 수영, 겨울에는 노르딕스키를 병행하며 패럴림픽 무대까지 오른 까마득한 후배를 향한 찬사다.
김윤지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에서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 종목에 출전한다. 패럴림픽 처음 나서는 그는 한국 선수단이 가장 기대하는 메달 후보다. 김윤지는 지난달 막을 내린 2026 국제스키연맹(FIS) 파라 크로스컨트리스키 월드컵 여자 10㎞ 매스스타트 좌식 프리에서 정상에 올랐으며, 앞서 열린 2025 FIS 월드컵 여자 10㎞ 좌식 클래식에서도 우승했다. 2022년 노르딕스키 국가대표로 발탁된 지 불과 3~4년 만에 세계 정상급 기량을 뽐내고 있다.
괴물이라는 호칭과는 다르게, 그의 얼굴엔 미소가 만연하다. 외국 선수들 사이에서 그의 별명도 '스마일리(Smily)'다. 웃는 얼굴 그대로, 김윤지는 첫 패럴림픽을 즐기고자 한다. 그는 "오랜 시간 큰 대회를 위해 노력해 왔고, 이제 그 결과를 맞이하러 떠난다. 떨리면서도 기대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면 성적이 저조할 수 있으니 떨지 말라는 신의현 삼촌의 조언을 들었다. 최대한 즐기고 오겠다"라고 덧붙였다.
파라노르딕스키 국가대표이자, 장애인수영 국가대표인 김윤지.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척수 장애로 하체를 쓸 수 없는 김윤지는 수영과 노르딕스키를 오가는 만능 스포츠인이다. 세 살 때 재활 차원에서 수영을 시작해 여덟 살부터 본격적으로 물살을 갈랐다. 노르딕스키는 중학교 3학년 때 이승복 파라노르딕스키 국가대표 감독의 권유로 시작했다. 재능에 노력을 더한 김윤지는 두 종목 모두에서 태극마크를 다는 진기록을 썼다. 최근엔 노르딕스키에 집중해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2022년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동계 체전)와 전국장애인체육대회(하계 체전)에서 나란히 신인상을 휩쓴 김윤지는 이듬해 동·하계 체전 최우수선수(MVP)를 모두 석권했다. 한국 장애인 스포츠 역사상 동·하계 체전 MVP를 동시 수상한 선수는 그가 유일하다. 지난달 동계 체전에서 노르딕스키 4관왕에 오른 그는 동·하계를 통틀어 역대 최초로 개인 통산 3번째 MVP를 거머쥐었다.
김윤지의 폭발적인 성장을 지켜본 신의현은 혀를 내둘렀다. 2018 평창 대회 크로스컨트리 남자 7.5㎞(좌식)에서 한국에 첫 동계패럴림픽 금메달을 안겼던 그는 "내가 첫 메달을 땄을 때는 30대였다. 윤지는 어린 나이에 정말 대견하다. 앞으로 무섭게 발전할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에서 첫 메달에 도전하는 노르딕스키 국가대표 김윤지가 바이애슬론 훈련에서 사격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 노르딕스키 국가대표 신의현이 크로스컨트리 훈련에서 설원을 질주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신의현에게도 이번 대회는 각별하다. 개인 통산 세 번째 패럴림픽 무대에 나서는 그는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해 두 번째 메달 사냥에 나선다. 신의현은 "어느덧 40대가 되니 주변에서 '엔진이 꺼졌다'는 농담도 하시지만, 아직 멀쩡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 나이라는 장애물을 훌쩍 넘어서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윤지는 오는 7일 오전(한국시간) 바이애슬론 여자 7.5㎞ 스프린트(좌식) 결승을 시작으로 첫 패럴림픽 여정에 돌입한다. 신의현 역시 같은 날 열리는 남자 7.5㎞ 스프린트(좌식) 결승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