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원은 SBS 월화극 '닥터스'를 통해 '아재파탈'로 거듭났다. 여자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재'라는 이야기. 사실 그는 이미 20대 초반부터 여심을 꽉 잡은 '청년파탈'이었다. 1997년 MBC 청소년 드라마 '나'로 데뷔한 김래원은 KBS 2TV '학교2'에서 아웃사이더 이한을 연기하며 얼굴을 알렸다. 로코의 제왕으로 자리 잡은 것은 그로부터 3년 후인 MBC '옥탑방 고양이'(2003)를 통해서다. '옥탑방 고양이'는 당시로선 파격을 넘어 금기에 가까웠던 동거를 소재로 한 이 드라마. 김래원은 준비된 연기 내공으로 능글맞고 어리숙하지만 계속해서 성장해나가는 이경민을 연기했다. 진지할 땐 진지하고, 코믹할 땐 코믹한 로코 맞춤 캐릭터였다. '옥탑방 고양이'의 성공으로 김래원은 단숨에 주연급 배우로 올라섰다. 이후 김래원은 '사랑한다 말해줘'(2004),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2004), '넌 어느 별에서 왔니'(2006) 등 기존 이미지를 활용한 작품에 주로 출연했다. 그런 그의 연기 인생에 변화가 생긴 건 영화 '해바라기'(2006) 이후다. 김래원의 남성미가 폭발한 이 누아르 영화는 원빈 '아저씨', 조인성 '비열한 거리' 등과 함께 지금도 많은 남성들의 맘 속에 명작으로 남아있다.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는 김래원의 포효는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대사다. 2011년 공익근무요원 소집 해제 이후 김래원은 누아르의 길을 계속 이어간다. 영화 '강남1970'(2015)이 대표적 작품. 유하 감독의 영화로도 주목받았던 '강남1970'에서 김래원은 욕망에 사로잡힌 백용기로 분했다. 그는 액션부터 감정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 주인공 이민호보다도 빛난 악역이었다. 김래원이란 배우를 대중에게 다시 한 번 인정받은 때는 바로 지난해 SBS '펀치'를 통해서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지난날의 과오를 바로잡는 검사 박정환 역으로 김래원 연기의 절정을 보여줬다. 그가 이 해 SBS 연기대상에서 프로듀서 상에 그치자 시청자들의 비난이 폭주하기도 했다.
김래원의 전성시대는 올해도 진행 중. 그가 출연 중인 '닥터스'는 최고 시청률이 19.7%(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까지 치솟으며 월화극을 점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