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 그것 밖에 못하나” LG 주총에서 이 말 나온다면?

한신 타이거스 실내 연습장. 한신은 올해 ‘초변혁’을 모토로 팀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센트럴리그 하위권에 처져 있다.

이 주주의 지적을 실현하는 구단도 있다. 퍼시픽리그 단골 우승팀인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1군에서 3군까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대표적인 '관리 구단'으로 꼽힌다. 한신 타이거스는 전통이 오랜 만큼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구단이다.
 
한국의 버스 앞 청문회, 일본의 주총
 
원색적인 비난도 있다.

한 80대 주주는 “왜 저런 사람이 2군 타격코치인 거냐?”며 “올라오는 선수마다 제대로 치는 꼴을 못 봤다”며 비난했다. 또 "회사에 부채가 많은데 야구단에 그리 많은 돈을 쓸 여력이 있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사실 주주총회에서 야구단을 향한 비난은 늘 있어 왔던 일이다. 지난해에는 “왜 모리 도모야를 지명하지 못하고 빼앗겼나”는 말이 나왔고, 2014년에는 한 주주가 “후쿠도메 고스케를 왜 계속 데리고 있어야 하는가"라고 질문했다. 프런트와 선수에 대해 책임을 신랄하게 묻는 것이다.

이에 한큐한신한신홀딩스 이사진 및 회장단은 연신 “죄송합니다. 앞으로 더 신경 쓰겠습니다”를 반복할 뿐이었다. 일부 이사들이 "지금은 지켜봐 달라. 타격감이 괜찮아 지고 있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고 두둔하려 했지만, 주주들의 목소리를 이기기는 역부족이었다.

현실적으로 이런 주주들의 불만이 감독이나 코치에게 전달돼 선수 기용이 바뀌는 일은 없다. 한국 프로야구에는 '버스 앞 청문회'가 명물이다. 최근엔 일부 LG 팬들이 잠실구장 앞에서 청문회를 시도했다. 한신의 경우 그 장소가 야구장 앞이 아니라 주주총회라는 게 차이였다.

야구를 사랑하는 팬이 모기업이나 프런트를 성토하는 건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다. 선수 기용과 같은 전문적인 분야가 팬들의 성토로 좌지우지돼서는 곤란할 것이다. 하지만 주주총회라는 진지한 자리에서 야구단 비난이 연례행사가 되는 건 좀 의미가 있다. 과연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가능한 일일까. 삼성이나 LG주총에서 야구 이야기를 하는 주주는 정신 나간 사람 취급 정도를 받지 않을까.

 
6월 14일 오사카 우메다에서 열린 한큐한신홀딩스 주주총회를 알리는 입간판.
6월 14일 오사카 우메다에서 열린 한큐한신홀딩스 주주총회를 알리는 입간판.

6월 14일 일부 주주는 한신의 유니폼을 입고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한큐한신홀딩스의 한 직원은 "다른 구단보다 한신 구단이 주주총회에서 더 부각되는 이유는 모기업이 곧 지역 기업이기 때문이다. 직원들부터가 모두 타이거스의 팬이자, 지역주민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주총은 야구단 이야기로 더 과격해진다는 설명이다.

야구단 운영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소량 주식이라도 구입하는 팬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발행주식 13억7140만6000주의 한큐한신홀딩스, 그리고 주주총회에 참석한 3882명 주주가 간사이, 한신 타이거스, 그리고 야구에 대한 소통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오사카=서영원(프리랜서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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