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 승부가 예상된 흐름이 한 순간에 깨졌다. 정석에 벗어난 한화 벤치의 투수 교체가 시발이었다.
한화는 2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LG전에서 3-11로 대패를 당했다. 시즌 71패 째를 당했다. 승차마진은 '-11'까지 벌어졌다. 이날 승부는 한 순간에 갈렸다. 예상을 벗어난 투수의 등판과 함께.
한화는 1-4로 뒤진 6회 말 2사 1루에서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가 상대 선발 헨리 소사를 상대로 좌월 투런 홈런을 때려냈다. 153km 몸쪽 직구가 높이 형성됐다. 힘껏 돌린 스윙과 타이밍이 맞았다. 경기 내내 끌려가던 한화가 역전 가능성을 살렸다.
이때 한화 벤치는 7회 초 수비에서 파비오 카스티요를 올렸다. 5회 마운드에 오른 심수창이 2이닝 동안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하지만 전날(19일) 경기에도 등판해 19개를 던졌다. 이날도 23개를 던져 교체가 필요했다.
하지만 카스티요 카드는 의외였다. 그는 지난 16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 등판했다. 4일 만에 등판이다. 당시 카스티요는 2⅓이닝 동안 투구수 60개를 기록했다. 이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1승이 절실한 상황에서 추가 실점을 막고자했다. 그래서 최적의 카드로 내세웠다. 한화는 이미 지난해부터 정석을 벗어난 투수 운용을 해왔다. 새삼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평가는 결과가 한다. 카스티요는 선두 타자 손주인에게 안타를 맞은 뒤, 희생번트로 2루 진루를 허용했다. 앞선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 중인 이천웅에게 좌익수 키를 넘기는 1타점 2루타를 맞았다. 이어 박용택에게도 중전 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한화 벤치는 루이스 히메네스에게도 안타를 허용하자 그제야 카스티요를 내렸다. 이날 경기 전까지 카스티요는 세 차레 구원 등판을 했다. 지난 8월 2일 광주 KIA전에서도 3일 휴식 후 구원 등판했다. 아웃카운트 한 개 잡지 못하고 2실점했다.
바뀐 투수 윤규진이 오지환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으며 카스티요의 실점이 4점으로 늘었다. 선발 등판 때만큼 많은 실점을 했다. 한화는 이후 송신영까지 올렸지만 추가 2실점했다. 1점 차 뒤진 채 맞이한 7회 초가 3-11로 끝이 났다. 대량 실점의 여파는 공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한화는 이후 추가 득점 없이 패했다.
투수 교체는 감독 고유권한이다. 결과만으로 의도를 비판할 순 없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실패한 카스티요의 구원 등판이 다시 실패로 돌아갔고, 그 타이밍이 최악이었던 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