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아(23)가 IBK기업은행을 KOVO컵 우승으로 이끌며 리우올림픽의 아픔을 깨끗이 씻어냈다.
IBK기업은행은 3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 청주·KOVO컵 결승전에서 KGC인삼공사를 세트스코어 3-0(25-21, 25-19, 25-16)으로 제압했다. 예선부터 준결승, 결승까지 4연승을 달리며 완벽한 우승을 차지했다. 정상에 등극한 IBK기업은행은 2013·2015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컵대회 여자부 최초 2연패의 쾌거도 함께 달성했다.
IBK기업은행은 결승전에서 '디펜딩챔피언'의 위용을 뽐냈다.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선수 리쉘(20점)과 토종 거포 박정아(14점)가 공격을 이끌었다. 리쉘은 빠른 공격으로 상대 코트에 맹폭을 퍼부었다. 박정아는 상대 외국인 선수 알레나와 1대 1 승부에서 밀리지 않았다. 김희진은 블로킹 4개 포함 12점으로 힘을 보탰다. 여기에 상대 수비의 '핵심' 리베로 김해란이 1세트 초반 오른팔꿈치 부상으로 교체 아웃되면서 IBK기업은행에게 유리한 경기 흐름이 됐다.
박정아는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기자단 투표 28표 가운데 23표를 얻어 동료 러쉘(4표)을 크게 제치고 MVP 영광을 안았다. 박정아는 승부처인 1세트에서 팀 내 최다인 8점을 올리며 공격의 선봉에 섰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이 '최대 고비'로 여긴 GS칼텍스와 준결승에선 홀로 23점을 쏟아부으며 결승행을 이끌었다.
박정아는 이번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심한 마음 고생을 했다. 8월 열린 리우올림픽에서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박정아는 리우올림픽에서 수비 비중이 높은 레프트를 맡았다. 소속 팀에서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지만, 대표팀에는 세계적인 공격수 김연경이 있다. 박정아는 공·수에서 김연경의 뒤를 받치는 역할을 맡아야 했다.
부담이 컸던 탓인지, 예선전 내내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8강 네덜란드전에서 박정아의 리시브 성공률은 16%에 그쳤다. 설상가상 수비 부담은 공격 부진으로 이어졌다. 박정아의 부진으로 한국은 네덜란드에게 무릎을 꿇었다. 런던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올림픽 4강 진출을 노렸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여자배구가 준결승 진출에 실패하자, 박정아는 네티즌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일부 팬은 박정아의 SNS까지 찾아가 원색적인 비난과 욕설을 했다. 박정아는 자신의 SNS 계정을 비공계로 바꿨다. 이정철 감독은 "박정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생을 했다"며 "하루 종일 울 때도 있었다. 팀에 복귀한 뒤 '댓글을 절대 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스스로 털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했다. 사진제공=KOVO
경기가 끝난 뒤, 박정아는 올림픽의 아픔을 털어낸 모습이었다. "나를 비난한 팬들도 이해가 된다"고 밝힌 박정아는 "나도 내가 답답했는데, 보시는 분들은 얼마나 답답했겠나. 댓글을 전혀 보지 않지만, 주위 지인을 통해 비난 내용을 알았다. 어떤 글은 읽기만 해도 놀랄 정도의 표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과 팀 동료들에게는 올림픽에 관한 말을 못하게 했다. 대신 친구들에게 위로를 많이 받았다. 감독님께서 많이 도와주셨다. 내게 화를 덜 내시려고 하는 게 보였다"며 웃었다.
박정아는 IBK기업은행 전력의 핵심이다. 새 외국인 선수 리쉘의 신장이 작기 때문에 박정아는 상대 외국인 선수를 맡아야 한다. 박정아는 "이번 KOVO컵 대회에서 상대 외국인 선수와 맞대결을 많이 했다. 블로킹에서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 시즌 개막 전까지 블로킹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사니 선배께서 '네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신다"며 "내가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컵대회 우승을 했고, MVP까지 받아 좋은 마무리를 했다. 시즌까지 분위기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