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 합쳐 아흔여섯 살 . 막바지를 향해 가는 올 시즌 K리그에도 빛나는 투혼을 발휘 중인 30대가 있다 . K리그 클래식 (1부 리그 ) 최다 출장 시간 톱 10에 든 권순형 (30·제주 유나이티드)과 권순태 (32·전북 현대 ), 김광석 (34·포항 스틸러스)이 그 주인공이다 . '인생은 서른부터 '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축구계에서 나란히 3000분 이상을 뛴 이들은 매 경기 승리를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
◇ 챔피언스리그 이끈 '두 개의 심장'
'중원 사령관 ' 권순형은 올 시즌 제주 돌풍의 일등 공신이다 . 그는 올 시즌 제주가 치른 35경기 중 단 1경기만 결장한 '철인 '이다 . 34경기에 나서는 동안 무려 3068분 (경기당 90.2분 )을 뛰었다 . 권순형은 지치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왕성한 활동량이 주 무기다 . 90분 동안 쉬지 않고 뛰는 그는 대학 시절 '고려대 두 개의 심장 '으로 통했다 .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움직임이 좋은 데다가 슈팅 감각까지 갖춘 권순형은 1년 선배 박주영 (31· FC 서울 )에게 에이스의 상징인 등번호 10을 물려받았다 . 중원을 든든하게 지키는 권순형은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맡았다 . 그는 날카로운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개척하고 , 강력한 중거리슛 한 방으로 직접 승부를 결정짓기도 한다 .
제주가 정규 리그 팀 최다 득점 1위 (68골 )에 올라 있는 것도 권순형 덕분이다 . 5골· 7도움을 기록 중인 그는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공격포인트 (종전 2013년 2골· 3도움 ) 기록을 넘어섰다 . 정규 리그 3경기만 남은 가운데 3위 제주는 2010년 이후 5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 K리그 클래식은 정규 리그 3위 팀까지 내년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준다 .
제주 공격수 김호남 (28)은 "(권 )순형이 형이 미드필드에서 펄펄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저 형님이 서른 넘은 선수가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 "라며 "제주가 내년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낸다면 순형이 형의 공이 크다 "고 말했다 .
◇ 아시아 정상을 노리는 '수호신'
'철벽 수문장 ' 권순태는 올 시즌 '더블 (정규 리그· AFC챔피언스리그 우승 )'에 도전하고 있다 . 현재까지 3123분 (32경기 )간 전북의 골문을 지킨 그는 1부리그 12개 구단 골키퍼 중 가장 긴 출전 시간을 자랑한다 . 권순태가 버틴 전북은 개막 이후 33경기 무패 (18승 15무 )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
권순태는 골키퍼치고 키 (184cm)가 작은 편이다 . 하지만 타고난 축구 센스와 풍부한 경험으로 약점을 극복하며 전북의 최후방 수비로 불린다 . 권순태는 전북이 AFC 챔피언스리그를 처음 제패했던 2006년에 함께한 멤버기도 하다 . 그가 있기에 전북은 전매특허인 '닥공(닥치고 공격 )'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평가다 . 탁월한 리더십도 돋보인다 . 전북의 주장을 맡고 있는 권순태는 환상적인 선방으로 승리에 기여하고 후배들을 격려하는 등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수행한다 .
K리그의 대표적인 '철인 골키퍼 ' 출신 김병지 SPOTV 해설위원은 "골키퍼는 쉽게 바꿀 수 없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 경기에 한 번 나서기 위해 피나는 훈련을 거친다 "며 "모든 과정을 극복한 권순태는 준비가 된 수문장이다 . 체력적인 부분에선 필드 플레이어 못지않다 "고 전했다 .
◇ 명가 재건 꿈꾸는 '서른셋' 수비수
' 포항맨' 김광석은 선수로서 전성기가 지난 나이다 .
하지만 그는 서른 살만 넘어도 체력적 부담을 느끼는 선수들이 적지 않은 '축구판'에서 굳건히 살아남았다 . 체력 소모가 큰 수비수지만 3245분이라는 출전 시간을 자랑하며 올 시즌 최다 출장 시간 3위를 당당히 지키고 있다 . 이 부문 2위 송승민 (24·광주 FC)과는 열 살 가까이 차이 난다 .
2002년 포항에 입단한 김광석은 지난 8월 300경기 출전 기념식을 가졌다 . 1983년 K리그가 출범한 뒤 30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는 그를 포함해 43명뿐이다 . 그는 안정된 경기 운용 능력에 제공권까지 갖췄다 .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빠른 발은 정말 큰 무기다 . 그가 후배들과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다 .
데뷔 뒤 줄곧 포항에서만 뛴 김광석은 포항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 포항은 올 시즌 부진을 거듭하며 스플릿 라운드 하위 그룹 (7~12위 )으로 추락했다 . 그는 "앞으로도 포항에서 큰 활약을 하겠다 "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