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돌아온 배우 신동욱의 첫 인사였다. 뻔뻔하게 돌아오겠다는 팬들과의 약속을 당당하게 지킨 신동욱의 얼굴엔 웃음꽃이 가득했다.
신동욱은 2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다산카페에서 장편소설 '씁니다, 우주일지'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2010년 드라마 '별을 따다줘' 이후 오랜만에 기자들 앞에 선 신동욱은 긴장한 모습이었다. "우주 표류하는 내용을 쓰면서 스스로를 1년 동안 고립시켰다. 전화도 사용하지 않았고 TV도 거의 보지 않았다. 사람들과 말을 섞은 지 한 달이 채 안 됐다"고 떨리는 입술을 뗐다.
신동욱이 작가로 변신한 이유는 팬들 때문이었다. 더불어 자신과 같이 갑자기 시련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고 싶다는 의미도 있었다. "데뷔 때부터 내가 가진 능력 이상으로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눈물을 흘리며 팬들에게 돌와오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지금 상황에선 글쓰기밖에 없었다. 책을 좋아했던 어린시절 어렴풋이 '작가를 해봐야지'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이렇게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감격했다.
제목부터 독특한 '씁니다, 우주일지'는 헤밍웨이의 여섯 단어 소설 '팝니다: 아기신발, 한 번도 신지 않음'에서 영감을 받아 붙인 제목이다. 스스로를 '우주덕후'라고 소개한 신동욱은 "2007년 비행기에서 UFO를 본 것 같았다. 옆 자리에 배우 박시연이 있었는데 차마 UFO 이야기는 하지 못하고 넘어갔다. 그 뒤로 혼자 우주에 대한 큰 관심이 생겼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무한반복하는 것은 기본이고 책도 여러 권 읽었다"고 말했다.
신동욱의 첫 장편소설 '씁니다, 우주일지'는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 프로젝트를 위해 괴팍한 천재 사업가 맥 매커천이 우주로 떠났다가 표류하는 이야기다. 외롭고 힘들고 굶어 죽을 상황에서도 매커천은 유머를 잃지 않는다. 신동욱은 "내가 느낀 감정들이 투영된 것 같다"면서 "영화로 제작이 된다면 주인공은 외국인 설정이라 못 할 것 같다. 극중 신민준 캐릭터를 내가 하겠다"는 너스레를 더했다. 또 할리우드에서 제작되길 희망했다.
신동욱은 앞으로 SF 소설을 더 써보고 싶다며 집필 의욕을 드러냈다. 건강에 대해서는 "여름에는 많이 좋아지는데 겨울이 되면 커터칼로 왼쪽 손을 슬라이스 당하는 느낌이 난다. 런던올림픽 때는 박수를 나도 모르게 쳤다가 한 시간 가량 기억을 잃었다. 지금도 좋았다가 안 좋았다가 들쑥날쑥한다. 분명한 건 좋아지고 있고 어느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치료됐다"며 "연기 복귀에 대한 확답은 드릴 수 없겠지만 글로는 계속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한편 2003년 KBS 2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신동욱은 '소울메이트' '쩐의 전쟁' 등에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