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가 완강하다. 한국과 일본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유니폼 옷자락에 이미 불똥이 옮겨붙은 형국이다.
추신수(35)의 소속팀 텍사스는 지난해 12월 '부상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추신수의 대회 불참 요청서를 WBC 사무국에 제출했다. 이후 줄곧 '출전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최종 결론을 내려 줄 WBC 부상방지위원회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WBC는 MLB 사무국과 선수 노조, 의료진 등으로 구성된 부상방지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부상 위험이 큰 선수의 출전 여부를 합의해 결정한다. 추신수에 대한 결론은 오는 20일쯤 나온다.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의 고심은 깊다. 지난 11일 김 감독은 "아무래도 구단 쪽 의견에 무게가 실릴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추신수는 2016시즌 4차례나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WBC 부상방지위원회에서 구단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이 위원회는 2009년에도 추신수의 출전은 허락했지만, '지명타자 출장을 권고한다'는 의견을 KBO에 전달했다.
대표팀은 주전 외야수 겸 중심타자를 잃을 위기다. 추신수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 혜택을 받았다. 4회 WBC 국가대표에 합류한다면 7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게 된다. 이번이 마지막 국가대표라는 생각으로 강한 출전 의지를 밝혔지만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추신수의 국내 에이전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송재우 갤럭시아SM 이사는 "추신수는 지난해 말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선수가 뛰겠다는 생각은 변함없는데, 부상방지위원회의 결정이 부정적으로 나오면 출전이 어렵다"며 "경험이 많아 선수들과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꽤 있는데.아쉽다"고 말했다.
일본 대표팀의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추신수와 한솥밥을 먹고 있는 에이스 다르빗슈 유의 출전에 물음표가 찍혔다. 텍사스는 다르빗슈에 대한 WBC 불참 요청서도 이미 제출한 상태. 팔꿈치 수술 전력이 있는 다르빗슈는 현재 텍사스와 재계약 논의가 오가는 상황이다. 소속팀에서 출전을 막을 경우 대회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이 적다.
일본 언론은 12일 "LA 다저스에서 뛰고 있는 마에다 겐타의 대회 출전이 어렵다"고 보도했다.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의 합류도 미정인 상황에서 선발진에 구멍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다르빗슈까지 대표팀 합류가 불발되면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