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제주 서귀포의 공천포축구장에서 만난 조덕제(52) 수원 FC 감독은 이를 악물었다. 올 시즌 반드시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 오를 수 있다는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
수원 FC는 2016시즌 큰 기대를 모으며 클래식 문을 두드렸지만 리그 최하위에 그치며 한 시즌 만에 챌린지(2부리그)로 강등됐다. 조 감독은 시즌 직후 K리그 2~3개 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 약팀을 이끌고도 화끈한 공격 축구를 펼친 지도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감독은 수원 FC에 남아 강등된 팀에서 경질되지 않은 첫 사령탑이 됐다. 강등제가 도입된 2013년 이후 강등 뒤에도 감독을 재신임한 팀은 군 팀 상주를 제외하고는 수원 FC가 유일하다.
조 감독은 "수원시에서 재신임해 주기 쉽지 않았을 텐데 나를 믿어 줬다"면서 "지난 시즌보다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올해 반드시 클래식에 오를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 감독은 '잔류 실패'를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팀을 승격시킨 기존 선수들과 영입 선수들 간 불협화음을 일찍 간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선수들과 '소통 문제'를 실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2016시즌을 앞두고 새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기존 선수들은 뛸 기회가 줄어들었다. 새로 영입한 선수들을 향한 기존 선수들의 감정의 골이 깊어졌는데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눈치채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조 감독이 이 사실을 깨달은 시점은 지난해 4월, 시즌 개막 한 달 뒤였다. 뒤늦게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았지만 흐름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조 감독은 "뒤늦게 상황을 수습했기 때문에 2라운드까지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이 기간 5경기 연속 승리하지 못 한 적도 있다"면서 "후반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해 승점을 많이 쌓았지만 늦었다"고 고백했다.
시즌 초반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조 감독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강팀을 만나도 물러서지 않는다'는 철학으로 '막공(막을 수 없는 공격)'을 펼쳤다. 약한 전력에도 뒤로 숨지 않고 당당히 공격 위주의 축구를 펼쳐 축구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덕분에 명경기도 여럿 탄생했다. 지난해 11월 수원 삼성과 '수원 더비'가 대표적이다. 당시 수원 FC는 클래식 염기훈(33), 권창훈(24) 등 슈퍼스타가 즐비한 '전통의 명가' 수원과 난타전을 벌여 5-4로 이겼다. 지난해 8월에는 최다 득점 1위 팀인 제주 유나이티드와 화력 싸움 끝에 5-3 승을 거뒀다.
지난해 시행착오를 겪은 조 감독은 올 시즌 다시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진행 상황은 나쁘지 않다. 조 감독은 "전력은 지난 시즌보다 더 탄탄해졌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난 김병오와 이창근, 권용현 등 핵심 전력의 공백을 메우고도 남을 스쿼드를 완성했다. 브루스와 블라단, 레이어 등 외국인 선수를 잔류시킨 수원 FC는 정훈과 백성동, 서상민, 송수영 등 경험 많은 선수들을 더했다.
조 감독은 "아직 몸 컨디션이 100%가 아닌 부상자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작년 시즌을 준비할 당시보다 선수층이 두껍다"고 평가했다. 이어 "새로 영입한 선수들과 신인 선수들도 연습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팀에 녹아든 모습"이라고 칭찬했다.
게다가 올해는 선수들과의 소통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조 감독은 쉬는 시간에도 기존 선수들이 고민은 없는지, 신입 선수들이 적응은 잘하는지를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있다.
조 감독은 좋은 흐름 속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성남 FC를 비롯해 대전 시티즌, 부산 아이파크 등 그동안 클래식 무대를 누비던 '전통의 강호'들이 대거 포진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가세한 올 시즌 챌린지는 역대 최고의 승격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조 감독은 "솔직히 과거 챌린지는 아마추어 같은 팀들도 제법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챌린지를 클래식과 견주어도 될 만큼 강팀이 많다"고 경계했다. 그는 성남과 부산을 라이벌로 꼽았다. 국가대표 출신 골잡이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성남은 황의조, 부산은 이정협을 보유하고 있다. 조 감독은 "올 시즌 우승 경쟁은 수원 FC-성남-부산의 3파전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베테랑 서동현과 백성동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올해도 '막공'을 하겠냐'고 물었다. 조 감독은 웃었다. "우리 스타일이 어디 가겠습니까. '막공'은 올 시즌도 계속됩니다. 우리는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