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선발된 28명은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으로 '한 팀'이 됐다. 하지만 괌 미니캠프와 공식 소집,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거치는 동안 28명 사이에서 어색함은 발견할 수 없었다. 안을 들여다 보니 그 안에 수많은 인연들이 얽히고설켜 있었다.
KBO 리그는 선수들은 학교 선후배 등 여러 지인 관계로 얽혀 있다. 이번 WBC 대표팀에선 동갑내기 친구가 눈에 띈다. 차우찬(LG)과 원종현(NC), 우규민(삼성)과 이용규(한화)가 대표적이다. 1987년생 차우찬과 원종현은 어린 시절 '군산에서 야구 잘하는 아이'로 유명했다. 둘은 군상상고에서 만나 '절친'이 됐다. 고교 졸업 후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지만, 행보는 갈렸다. 차우찬은 삼성에서 활약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원종현은 방출의 아픔을 겪은 끝에 뒤늦게 NC에서 빛을 봤다.
대표팀에서 만난 절친은 설렘이 가득하다. 원종현은 "대표팀에 처음 뽑혔을 때 걱정이 됐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편했다. 차우찬이 있기 때문이었다"며 "궁금한 것이 있으면 곧바로 물어봤다. 덕분에 대표팀 적응이 한결 수월했다"고 말했다. 차우찬은 "함께 캐치볼을 하면 고등학교 시절 생각이 많이 난다"며 "중간계투로 힘을 합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 (원)종현이가 어려움을 많이 겪었는데 이젠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용규와 우규민은 서울 성동초등학교에서 야구를 함께 시작했다. 같은 1985년생이지만 1월에 태어난 우규민이 한 학년 선배다. 둘은 초등학교에서 함께 야구를 했지만, 중·고교 진학을 다르게 하면서 헤어졌다. 인연은 끊기지 않았다. 2003년 LG에 입단한 우규민의 뒤를 이어 이용규가 2004년 LG 유니폼을 입었다. 둘은 짧은 시간을 함께하고 다시 각자의 길을 걸었다. 이용규는 트레이드로 KIA로 이적한 후 리그 최고 중견수가 됐다. 우규민은 LG에서 선발과 마무리를 맡아 맹활약을 펼쳤다. 투수와 야수 훈련 시간이 달라 이번 대표팀에서 함께하는 훈련이 적다. 그러나 스트레칭을 할 땐 붙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산 소속의 양의지와 허경민은 동향 선후배 사이로 유명하다. 둘은 광주 송정동초등학교 시절부터 한동네에서 형 동생 사이로 알고 지냈다. 양의지가 6학년 때 세 살 아래 허경민이 야구부에 들어왔다. 양의지는 "어릴 때 많이 봤고, 부모님끼리 친하다. 두산은 물론 WBC 대표팀에서 같이 뛰고 있고 있는 걸 보면 나도 놀랍다"며 웃었다. 허경민은 "(양)의지 형이 많이 챙겨 준다. 프리미어 12 대회부터 많이 의지하고 있다. 이름처럼 의지가 잘 된다"며 든든함을 나타냈다.
국가대표팀 사상 처음으로 가족으로 맺어진 인연도 있다. 에이스 장원준과 외야수 박건우는 매형-처남 사이다. 지난 1월 장원준이 박건우의 둘째 누나와 결혼하면서 둘은 가족이 됐다. 박건우는 이번에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걱정될 법하지만, 그의 곁엔 든든한 매형이 있다. 박건우는 "(장)원준 형이 보이지 않게 많이 챙겨 준다"며 "가족 관계는 대표팀에서 흔치 않은 경우라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장)원준이 형에게 폐가 될까 걱정이다. 나는 묵묵히 내 역할만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