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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572.걱정스런 미디어 중독
후암선원이 있는 대학로는 요즘 ‘포켓몬고’라는 게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어린 아이부터 나이 드신 분들까지 전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포켓몬을 잡고 있다. 대학로, 광화문, 종로 등 서울 명소들이 포켓몬고를 하기에 좋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게이머들이 몰리고 있다.
후암선원 건물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들이 붐비는 건 좋지만, 연극을 보러 오는 관객도 아닌데 정체모를 게이머들이 건물 입구와 계단을 점령하며 몇 시간 동안 게임을 하는 풍경은 낯설기만 하다.
이동하며 포켓몬을 잡는 게임방식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과테말라에서는 포켓몬고를 하던 청년은 총에 맞아 사망했고, 일본에서는 운전 중 포켓몬고를 하다가 사망한 사례도 있다. 영국에서는 포켓몬을 잡기 위해 자리싸움을 하다 난투 끝에 목숨을 잃은 사고도 있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경건한 묘역이나 개인 사유지에 포켓몬을 잡기 위해 나타나는 게이머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운전 중에 포켓몬고를 하는 운전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전국의 유명한 장소에는 포켓몬고를 하는 게이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과거에는 알코올 중독, 도박 중독 때문에 찾아오는 분들이 있었다면 지금은 게임중독, 스마트폰 중독으로 오시는 분들이 늘고 있다. 2009년 무렵 스마트폰이 한국에 상륙한 뒤 불과 8년 사이에 세상은 180도 달라졌다. 작은 TV이자 컴퓨터, 게임기, 신문, 세상과의 소통창구가 된 스마트폰은 이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친구가 되고 말았다.
특히 스마트폰을 이용한 게임은 놀라운 확산속도를 갖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기에 더욱 중독 속도가 빠르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전혀 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중·고등학생들을 보면 미래가 걱정되기도 한다.
후암선원에 게임·스마트폰 중독으로 온 학생들을 보면 하나 같이 눈동자에 초점이 없다. 또 스마트폰을 할 수 없는 시간을 잘 견디질 못한다. 초조하고 불안해하며 나중에는 스마트폰을 못하게 하는 상대를 향해 분노를 표출한다.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이 술을 마시고, 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신다는 알코올 중독 단계처럼 게임중독도 똑같다. 처음에는 사람이 게임을 하고, 게임이 게임을 하게 되다가, 급기야 게임이 사람을 조종하게 된다. 게임 속 레벨을 높이기 위해 많은 돈을 쓰게 되고, 나중에는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불법적인 일까지 하게 된다.
자녀의 게임, 스마트폰 중독을 걱정한다면 일단 부모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 어린이·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보다 더 심한 것은 부모들의 스마트폰 중독이다. 생활이 편리해 좋기는 하나 인간적인 면이 점점 사라지는 것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차례 미디어 금식을 얘기해 왔다. 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니 어쩌면 국민들이 게임중독,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큰 기도라도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된다. 게임중독, 스마트폰 중독이 매우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온 국민이 자각해야 할 것이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