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극 '우리 갑순이'가 종영을 2회 남긴 가운데 개연성없는 '막장 전개'의 끝을 달리고 있다.
'우리 갑순이'의 기획의도는 분명히 적혀 있다. 우리 시대 결혼과 부부의 삶을 긍정적으로 그려갈 가족 드라마. 그러나 그 내용은 불분명하다.
남자친구인 송재림(허갑돌)의 공무원 시험을 뒷바라지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아끼지 않았던 김소은(신갑순)은 버림받는다. 두 사람은 만남과 헤어짐 끝에 결국 결혼한다.
세계적으로 국내 드라마가 인정받고 있는 현재, 시기와 동떨어진 에피소드는 시대를 역행했다. 해외서도 민감하게 다루고 있는 데이트 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내보냈기 때문이다. 극 초반 송재림이 헤어지자는 김소은을 벽에 밀치고 키스하는 장면이 여과없이 방송됐다.
명백한 데이트 폭력이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처리는 안일했다. 작가의 표현 범위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문제없음' 결정이 내려졌으며 이런 장면을 문제 삼는다면 범죄물도 만들어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2회만 남은 상황에 결말은 감이 잡히지도 않는다. 김소은은 인턴에 합격해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아이를 가졌다. 임신 6주. 분명 기뻐애야할 상황이지만 육아 문제를 두고 고충을 겪는 모습이 그려졌다. 임산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과 미비한 제도로 회사의 눈치를 보느라 낳아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또한 황혼로맨스 등 온 가족의 얘기를 나뭇가지처럼 뻗어놓고 수습한 건 없다. 단 2회가 남았기에 수습보다는 한 방에 해결하려는 낌새다. 전작에서 그러했듯 몇십년이 흘러 모두가 행복해하는 설정이 또 나온다면 끝까지 믿고 본 드라마 팬들에 대한 농락이 아닐 수 없다.
문영남 작가의 닉네임은 '막장 대모'. 막장드라마에 있어서는 따라올 자가 없어 생긴 별명이다. '수상한 삼형제' '왕가네 식구들' 등 주말극을 표방하지만 그 안에는 현실성과 동 떨어진 소재가 가득했다. 또한 이를 풀어내는 방식 마저 지나치게 자극적이었다.
문화평론가 이호규 교수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옛 방식의 막장드라마도 지양해야할 소재다. 그러나 높은 시청률로 인한 방송국의 편성으로 그 자리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드라마 초반 6%대의 낮은 시청률이었지만 종영을 앞두고 19.2%까지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