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시즌은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다. 팀별로 10경기 정도 치렀다. 그래서 확실하게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초반 흐름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듯하다. 전문가들이 누구나 강팀으로 꼽았던 팀은 두산과 KIA, LG다. 두산은 지난 주말 4연패를 당하면서 시즌 초반 다소 주춤했지만, KIA와 LG는 잘해 나가고 있다. 예상을 넘어 훨씬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팀은 kt와 롯데다.
롯데는 '이대호 효과'가 엄청나다고 볼 수 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전준우도 맹활약했다. 또 젊은 투수들이 지난해보다 훨씬 자신감 있는 투구를 한다. 아주 강력하거나 위협적인 피칭은 아니더라도, 젊은 투수가 자신감을 갖고 던진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 이들이 5회 이상을 던져 주니까 불펜의 과부하가 줄어들고, 전체적으로 큰 효과가 나지 않나 싶다. 다만 전준우가 왼쪽 옆구리 부상을 입어 4주간 이탈하게 된 것은 변수다. 공격을 잘 이끌어 왔는데, 롯데로서는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
kt는 올해 투수력이 좋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 다만 공격이 마운드의 기세에 미치지 못한다. 투수들의 힘으로 막아 나가고 있다. 지금 10개 구단 가운데 마운드 뒤가 가장 믿음직스러운 팀이 kt다. 불펜에서 장시환과 조무근, 김재윤이 완벽하게 던져 주고 있다. 타선이 다른 팀보다 월등히 뛰어나지는 않아도, 불펜 덕분에 현 성적을 유지해 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kt는 경기 후반 역전을 자주 허용한 팀이었다. 지금은 리드를 잡으면 승리가 굳혀진다는 이미지를 준다. 이 느낌을 팀의 확실한 색깔로 만들어야 한다. 투수진 운영이 지금 아주 잘되고 있다. 이게 지속돼야 오랫동안 상승세를 끌고 갈 수 있다. 지금 잘하고 있는 부분을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타격이 살아난다면 상위권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상위권으로 꼽았던 두산, LG, KIA도 걱정거리는 조금씩 있다. 두산은 워낙 강한 팀이지만, 마이클 보우덴이 어깨 통증으로 등판하지 못해 고전했다. 뒷문도 조금 허술하다. 지난해 15승씩 올렸던 선발투수들도 위력이 아직 완벽하게 살아나지는 않았다. 조금 더 좋아질 필요가 있다. KIA도 마무리 쪽으로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 LG는 데이비드 허프와 임정우가 들어오면 좀 더 탄탄해질 것 같다. 지금은 두 투수가 없어도 투타 밸런스가 생각보다 잘 맞아떨어지며 선전하는 것 같다.
다른 팀들도 괜찮다. 넥센은 멤버가 워낙 안정적이다. 공격 연결이 전체적으로 잘되고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 투수들이 점점 살아날 기미가 보인다. 이대로 상위권을 향해 다가갈 분위기다. NC는 아무래도 에릭 테임즈의 공백이 커 보인다. 또 베테랑 이호준이 빠져 있고, 이종욱도 없다. 결정적일 때 해 주던 선수들 셋이 빠진 게 공격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신인급 선수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다. SK는 아직 새 외국인 감독이 팀을 다 꿰뚫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훈련과 경기는 또 다른데, 문제점을 아직 잘 파악하지 못한 실정이다.
한화는 정근우가 복귀했지만, 아무래도 이용규가 꼭 필요하다. 이용규 대신 잘해 주던 김원석도 부상으로 빠지지 않았나. 빨리 복귀해야 안정이 된다. 김태균이 잘해 주고 있지만, 윌린 로사리오도 빨리 회복을 해야 한다. 혼자 힘으로는 무리가 있다. 다행히 투수에서는 배영수와 송은범이 많이 좋아졌다. 다만 배영수는 아팠던 투수라 조절을 잘해 줘야 한다. 아직 몇 경기 안 했지만, 마운드에 과부하가 걸리는 팀은 앞으로 고전하게 된다. 이런 때일수록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 같다.
삼성이 가장 걱정된다. 아직까지 투타 모두 제 궤도에 올라오지 않았다. 올라온다 해도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확실히 전력이 떨어져 보인다. 지금은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 KIA로 간 최형우의 공백이 무척 커보인다. 삼성은 최근 두 시즌 연속으로 중심타자가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서 타선의 힘이 많이 약해졌다. 올해는 여러 구단이 뒤엉켜서 재미있는 레이스가 펼쳐질 것 같다. 삼성만 조금 더 힘을 내면 좋을 것 같은데, 낙오되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다. 팀당 20경기 이상은 해 봐야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기 시작한다. 20경기를 넘은 뒤에도 행운과 불운, 부상 발생 등에 따라 새로운 판도가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20경기가 넘어가면 불펜 운영이 중요해진다. 요즘엔 어느 팀이든 불펜 투수들의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나쁜 흐름을 딱딱 끊어가면서 구원투수를 올리고, 투구 수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여기에서 실패하면 페넌트레이스에서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다. 잘 관리하는 팀은 무너지지 않는다.
지난해 칼럼을 쓰면서 KBO 리그 투수 걱정을 많이 했다. 투수들이 약해지니 3할 타자가 엄청나게 나왔다. 사실 올해 역시 투수들이 걱정된다. 스트라이크존이 조금 넓어졌다고 하는 데도, 투수들이 전체적으로 약하다는 게 벌써 보이는 것 같다. 특히 제구력이 좋지 않은 투수들이 너무 많다. 경험 있고 잘하는 타자들이라면 쉽게 칠 수 있는 공이 자주 보인다.
이대호가 한국에 돌아오지 않았나. 메이저리그에서 뛰었고, 일본 프로야구에서 정상을 밟았던 타자다. 여러 좋은 투수들과 두루 상대해 본 타자다. 그런 이대호가 국내 투수들을 상대하고 있다. 말하자면, '식은 죽 먹기' 같지 않겠나. 아마 이대호에게 몇몇 뛰어난 투수를 제외한 나머지 투수들의 공은 정말 쉬워 보일지도 모르겠다.
긴 페넌트레이스를 운영하려면 가장 중요한 부분 역시 투수다. 결국 투수력에서 성패가 갈리기 마련이다. 지난해 3할 타자가 40명이나 됐는데, 이런 타고투저가 올해도 그대로 재현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벌써부터 투수들 실점이 너무나 많다. 특히 국내 투수들이 너무 약한 면이 있다. 그래서 마운드 운영을 잘해야 할 것이다. 사실 부상이라는 것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부상을 당하고 싶어서 당하는 선수는 없다. 투수 운영도 그렇다. 당장 승리가 급할 때도 있고, 어쩔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러나 멀리 내다보면서 운영을 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투수 운영에 1년 농사가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