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지난해 시즌 뒤 FA(프리에이전트) 최형우와 4년 100억원에 계약했다. 해를 넘기자 롯데는 이대호와 4년 150억원 계약을 발표했다. 금액을 지불하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조심스러웠던 열한 자리 숫자 시대가 왔다.
긍정적인 반응은 많지 않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부진은 '몸값 거품' 논란을 부채질했다. 고액 연봉을 받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크고 작은 사건 사고에 연루되며 팬들에게 실망을 줬다.
하지만 2017년 정규 시즌 초반, '거품 논란'은 잠시 소강됐다. 고액 FA를 영입한 팀들이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 일정의 10% 남짓 소화한 상태지만, 시즌 초반 순위 경쟁 지각변동에 FA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부산은 이대호 돌풍이다. 그는 지난주까지 치른 14경기에서 타율 0.460·5홈런·12타점·출루율 0.557·장타율 0.800를 기록했다. KBO 리그에서 위압감이 가장 큰 타자다. 적응 기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지난 13일 인천 SK전이 대표적이다. 그는 9-10으로 뒤진 9회초 2사에서 동점 솔로홈런을 치며 경기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5할(0.557)이 넘는 출루율로 뒤 타순에 기회를 만들어 주면서, 필요한 순간마다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 더그아웃 분위기는 그 어느 해보다 좋다. 사직구장을 찾는 팬들의 발걸음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프로스포츠 '연봉킹'(25억)다운 활약이다.
최초의 '100억원 사나이' 최형우도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14경기에서 타율 0.348·2홈런·11타점·출루율 0.446·장타율 0.696을 기록했다. 이대호의 기록이 워낙 뛰어나 주목은 덜하다. 하지만 내실은 뒤지지 않는다. 득점권 타율은 5할(14타수 7안타)에 이르고 세 경기에서 결승타를 쳐 냈다. KIA의 팀 타율(0.266)은 5위, 팀 평균자책점은 8위다. 기록상으로는 1위를 설명하기 어렵다. 접전, 중요한 상황에서 이기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주 5승 중 1점 차 승리만 세 번이다. 최형우는 이 세 경기에서 모두 타점 또는 득점을 기록했다. 이범호가 허벅지 부상으로 빠져 있고, 김주찬은 타율 0.200에 그쳤다. 하지만 최형우가 팀 득점에 버팀목이 됐다. '이기는 야구'에 기여했다.
역대 FA 투수 최고 몸값(95억)을 기록한 차우찬(LG)도 팀에서 기대한 경기력을 보였다. 그는 3경기에 등판해 2승1패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했다. 최근 2경기 연속 4실점했다. 하지만 3경기 모두 5이닝 이상 던지며 선발투수 역할을 해냈다. LG는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가 무릎 부상으로 이탈했다. 국내 투수들이 그 몫을 나눠 부담해야 한다. 선발투수가 조기 강판되면 부담은 불펜진에 돌아간다. 차우찬이 등판한 첫 2경기에서 등판한 불펜 투수는 각각 2명뿐이었다. 잠실구장 적응도 순조롭다. 2경기에서 12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자책점은 3점뿐이다. 팀의 강점 강화에 자신의 역량을 보태고 있다.
삼성으로 이적한 우규민도 제 페이스를 찾고 있다. 3경기 모두 6이닝 이상 소화했고, 최근 2경기에선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지난주까지 삼성이 기록한 3승 중 1승은 그의 등판에서 나왔다. 삼성은 시즌 초반 예상보다 부진하다. 하지만 우규민의 등판 경기에선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그마저 없었다면 더욱 안 좋은 상황에 놓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