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왼손 투수 류현진(30)이 2017년 세 번째 등판에서도 패전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19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콜로라도는 지난 8일 시즌 첫 등판 상대. 원정으로 치러진 이 경기에서 류현진은 4⅔이닝 6피안타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타자들에게 유리한 쿠어스필드 대신 투수들에게 유리한 다저스타디움으로 옮겼지만 시즌 첫 승엔 또 실패했다. 이유는 같았다. 홈런이었다.
류현진은 1회초 선두 타자 찰리 블랙몬에게 좌익수 쪽 2루타를 얻어맞았다. 2번 DJ 르마이유를 1루수 땅볼로 잡았지만 3번 놀란 아레나도에게 선제 좌월 투런홈런을 내줬다. 제구는 좋았다. 초구는 우타자인 아레나도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걸치는 체인지업으로 던져 스트라이크 판정을 얻어 냈다. 2구째 시속 145km 직구도 낮게 잘 들어갔지만 아레나도가 워낙 잘 쳤다.
아레나도는 2015년과 2016년 내셔널리그 홈런 타이틀을 2연패한 강타자다. 2015년엔 홈런 42개에 2루타 43개·3루타 4개로 역대 메이저리그 3루수 최다 장타 기록을 세웠다. 8일 쿠어스필드에서도 류현진에게 1회 선제 1타점 2루타를 때려 냈다.
4회초에는 1사 뒤 콜로라도 유격수 트레버 스토리에게 좌중월 솔로홈런을 맞았다. 볼카운트 1-0에서 시속 145km 빠른공이 한가운데 몰렸다.
다저스 타선은 4회말 한 점을 따라붙었지만 바로 다음 이닝에 류현진은 다시 실점했다. 역시 홈런이었다. 2사 뒤 다시 만난 아레나도에게 볼카운트 1-1에서 빠른공을 몸 쪽으로 붙였다. 아레나도는 이 공을 다저스타디움 좌중간 외야석에 떨어지는 솔로홈런으로 만들었다.
류현진은 1-4로 뒤진 6회초 1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더스틴 가노의 유격수 직선타가 더블아웃되며 위기를 넘겼다. 6이닝 7피안타 4실점. 볼넷은 1개 내줬고, 일곱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다저스는 9회말 두 점을 따라붙었지만 이어진 2사 1·2루에서 아드리안 곤살레스가 땅볼로 물러나며 팀과 류현진의 패전 기록이 확정됐다.
소득은 있었다. 올 시즌 처음으로 5이닝을 넘겼고, 투구 수도 시즌 최다 97개였다. 스트라이크 비율 66%로 제구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앞선 두 번의 선발 등판보다 좀 더 믿음을 줬다. 타석에선 4회말 시즌 1호 안타까지 기록했다.
하지만 장타가 문제였다. 류현진은 8일 첫 경기에서도 홈런 하나를 맞았다. 두 번째 등판이던 14일 시카고 컵스전엔 홈런 두 개. 19일 피홈런은 3개로 매 경기 피홈런이 하나씩 늘었다.
어깨 부상 전 류현진은 장타를 두려워하지 않는 투수였다. 2013~2014시즌 344이닝을 던져 피홈런은 23개뿐이었다. 특히 2014년엔 152이닝 피홈런 8개로 9이닝당 피홈런(0.47개)이 150이닝 이상 던진 내셔널리그 투수 중 네 번째로 낮았다. 류현진보다 홈런을 덜 맞은 투수는 제이크 아리에타(컵스), 애덤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 클레이튼 커쇼(다저스) 등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였다. 메이저리그는 최근 홈런 급증 추세다. 과거 '스테로이드 시대'와 다르다. 하위타순의 타자들도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고 홈런 스윙을 한다. 류현진이 뛰는 내셔널리그에서 2003~2008년 리그 타율은 매년 0.260을 넘겼다. 2009년 이후엔 2할5푼대로 떨어졌다. 2014년엔 0.249였다. 타율은 떨어졌지만 홈런이 늘어났다. 지난해엔 8시즌 만에 경기당 홈런이 1개를 넘었다. 아직 초반이지만 올 시즌엔 타율이 0.242인 반면 경기당 홈런은 1.14개까지 치솟았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리그 전체적으로 '강한 타구'를 강조하는 데서 빚어진 변화다.
류현진이 데뷔해 활약한 2013~2014년은 공교롭게도 리그 타율과 홈런 모두 낮았던 시기였다. 2년 여 공백 뒤에 돌아온 메이저리그는 장타를 더 의식해야 하는 환경으로 변했다. 류현진은 19일 경기에서 다양한 구종을 던지며 코너워크에 집중했다. 하지만 특히 빠른공 구위가 떨어졌다. 홈런 맞은 공 세 개는 모두 포심패스트볼이었다. 스피드는 시속 144~146km에 그쳤다.
환경도 달라졌고, 구위도 아직 전성기 수준은 아니다. 돌아온 류현진에게 '장타를 막아라'는 어려운 과제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