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 쯤이면 늘 소환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국내 유일무이 '칸의여왕' 전도연이다. 벌써 11년이다. 11년째 제2의 전도연, 신(新) 칸의 여왕은 탄생하지 않았다. 전도연이 얼마나 대단한 성과를 낸 것인지, 얼마나 대단한 영예를 얻은 것인지 1년에 한 번씩은 꼭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제 70회 칸 국제영화제가 28일(현지시간) 폐막식 시상식을 끝으로 12일간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올해 경쟁부문에 진출한 '옥자(봉준호 감독)', '그 후(홍상수 감독)'가 무관에 그치면서 아쉽게도 한국 영화계에 새 역사는 쓰이지 않았다.
여우주연상 부문 역시 마찬가지다. 600억대 '옥자'를 이끈 안서현과 '그 후'의 김민희는 자동적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됐다. 안서현은 '옥자' 공개 후 외신의 호평을 한 몸에 받았고, 김민희는 67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제 2의 전도연' 탄생에 대한 기대를 모으기 충분했다.
하지만 칸의 선택은 '인 더 페이드'의 다이앤 크루거였다. 전작들을 통해 호불호 갈리는 다이앤 크루거의 연기력을 지켜봤던 영화 팬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이에 따라 역으로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 전도연은 '밀양(이창동 감독)'으로 11년 전 칸 영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리고 11년째 칸의여왕이라는 부담스러우면서도 배우로서 책임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수식어를 꼬리표처럼 달고 있다. 김민희가 국내 최초 베를린 영화제 여우주연상 영예를 얻으면서 강수연과 함께 세계 3대 영화제 여우주연상 '최초' 자리는 모두 채워졌지만 그 후발주자는 빈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충무로 분위기는 남배우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남자 배우가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것은 손에 꼽힐 정도. 수상은 더 더욱 다른 나라 일처럼 여겨지고 있다.
경쟁부문에 진출 한다는 것 만으로도 어려운 일이기에 초청받으면 수상가지 노려보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칸의 여왕 자리를 물려받을 여배우는 언제쯤 탄생할지, 또 여배우 뿐만 아니라 남배우가 해외 영화제에서 빛을 발하는 날은 언제 올지 여전히 넘어야 할 목표와 산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