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옥자' 봉준호 감독과 '그 후' 홍상수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비롯한 각 부문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결국 무관에 그쳤다. 영화제 내내 이슈와 화제를 몰고 다녔지만 트로피는 '옥자'와 '그 후'의 것이 아니었다.
이에 따라 한국 영화는 지난 2010년 63회 칸 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이 '시'로 각본상을 거머쥔 이후 7년째 수상에 실패했다. '돈의 맛(임상수 감독)'이 2012년 65회, '아가씨(박찬욱 감독)'가 2016년 69회 경쟁부문에 진출했지만 역시 상을 받지는 못했다.
지난해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로 4년 만에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물꼬를 튼 한국 영화는 올해 '옥자'와 '그 후'가 나란히 경쟁부문 초청을 받으면서 어느 때보다 수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수상을 떠나 한국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두 편의 영화가 한꺼번에 경쟁부문에 진출했다는 것 만으로도 괄목할 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박찬욱 감독이 컴백하기 전까지 부진했던 성적을 보면 더욱 그렇다. 전 세계 영화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세계 최고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발전을 알리는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옥자'는 미국과 한국 이중국적을 표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칸 경쟁부문 첫 진출 사례를 남긴 의미있는 작품이 됐다. 프랑스 영화계의 반발 속에 개막식 때부터 '옥자' 수상을 놓고 심사위원들의 이견이 엇갈렸던 만큼 수상 결과에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점쳐진다.
수상은 불발됐지만 '옥자'와 '그 후'는 세계 유수 영화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흥행 및 해외판매 등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을 모은다. '옥자'는 6월2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동시 공개가 이미 확정됐으며, 국내에서는 무제한 기간동안 극장 상영도 진행된다. 한국 영화사에서도 전례없는 도전적인 글로벌 프로젝트다.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영화계 안 팎의 관심이 쏠린다.
'그 후'는 아직 개봉일이 미정이다. 홍상수 감독은 올해 '클레어의 카메라'와 '그 후' 두 편의 작품을 들고 칸을 찾았다. 20번째 장편영화가 '클레어의 카메라', 21번째 영화가 '그 후'인 만큼 '클레어의 카메라'가 먼저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를린과 달리 수상에 실패했기 때문에 국내 기자간담회를 진행할지도 미지수다.
봉준호 감독과 홍상수 감독은 올해 칸 영화제를 통해 더 더욱 이름만으로도 세계에서 통하는 거장임을 입증시켰다. 내년에는 이들의 뒤를 이을 후배 감독들의 성장도 기대해 본다.조연경 기자 사진제공=Gettyimages/이매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