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월드컵 16강전에서 3-1로 졌다. 한국은 전반전부터 시종 압도적인 플레이를 자랑했지만, 역습 찬스마다 득점을 터뜨린 포르투갈의 기막힌 '타이밍'에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2002 한일월드컵이후 4강 신화에 도전했던 U-20 대표팀의 힘찬 여정도 멈췄다.
그러나 참 잘싸웠다. 한국은 조별예선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아프리카의 복병' 기니,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 '우승후보' 잉글랜드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주전급을 대거 뺀 잉글랜드전을 빼고 모두 승전고를 울리면서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세계 축구계는 한국 축구 새싹들의 맹활약에 혀를 내둘렀다. '바르셀로나 듀오'를 양 옆에 거느린 조영욱은 세계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받았다. 조별예선에서 14차례나 '선방쇼'를 펼친 골키퍼 송범근은 부문 1위에 오르며 주목 받았다.
대한민국은 '태극소년'들의 돌풍을 열렬하게 응원했다. 한국 축구는 최근 위기를 맞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고전을 이어가고 있다. 사령탑과 선수단 사이의 잡음, 끝없이 이어지는 경질설에 축구팬들은 지쳤다.
K리그도 마찬가지였다. 제주 유나이티드, FC 서울, 울산 현대, 수원 삼성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참가했으나 제주를 빼고 모두 일찍 탈락했다. 한때 '아시아의 호랑이'로 불렸던 한국 축구의 위상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상황이었다.
앞날도 깜깜했다. 중국 슈퍼리그는 압도적인 자본력을 앞세워 연일 발전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유럽 리그의 톱 플레이어들이 줄줄이 중국행 비행기를 탔다. 일본도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돈버는 축구'를 하기 시작했다. 주머니가 두둑해진 일본 축구단들은 해외파 선수들을 영입하며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반면 한국은 갈수록 줄어드는 모기업의 투자와 해외로 눈을 돌리는 유망주 사이에서 말라갔다.
U-20 대표팀은 사막에 내린 단비였다. 우리 대표팀 선수들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씩씩하게 자랐다. 신태용 감독의 진두지휘 아래 전열을 가다듬고 체력 훈련을 하면서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다. 국민은 평가전과 조별예선을 치를수록 강해지는 '태극소년'을 보며 흐뭇해 했다. 그리고 한국 축구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다는 걸 직감했다.
8강의 꿈은 좌절됐다. 그러나 태극소년들이 보여준 희망은 아직 반짝이고 있다. 못다 꾼 꿈은 반드시 이어 꾸게 될 것이다. 국민이 그들을 응원하고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