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태인호(37)는 작품에서 보이는 것과 다른 순박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작품에선 날카롭고 야비하고 차갑고 까불거리는 이미지가 강했다면 실제 모습에선 부산 사투리에서 느껴지는 구수하면서도 천진난만한 미소가 반전 매력을 불러왔다.
온전히 쉬는 건 오랜만이라는 그는 요즘 친구들과 만나 회포를 풀고 낚시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JTBC 금토극 '맨투맨'이 사전 제작 드라마였던 터라 지난 3월 모든 촬영이 끝났기에 잠깐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 것. '맨투맨의 종영을 앞둔 그는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간 것 같다. 고생한 만큼 보람이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기할 땐 몰랐는데 인터뷰를 하다 보니 사투리가 느껴진다.
"연기할 때를 빼곤 사투리를 쓰는 편이다. 부산 출신이다. 학교도 부산에서 나왔는데 그때도 일상에선 사투리를 쓰고 무대에 올라가면 안 썼다. 선배들이 평소에도 서울말을 쓰라고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웃음)"
-'맨투맨'에서 만난 박해진도 부산 출신이었다.
"해진이와는 대화할 때 부산 사투리로 했다. 부산 출신인 것만 같은 게 아니라 알고 보니 중학교 후배더라. 그래서 더 마음에 훅 들어오는 게 있었다."
-고스트 요원 역할을 소화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고스트 요원 역할을 소화하는 데 있어 특별하게 어려운 건 없었다. 다만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버리니까 그런 부분이 힘들었다. 대사를 최대한 덜 무겁게 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액션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치고 받는 액션이 아니라 총이나 칼을 들고 하는 액션이었다. 그래서 다른 액션보다 잔 동작들이 많아 그만큼 정확해야 했다. 순서 외우기가 쉽지 않았다. 반복적 연습을 많이 했다."
-어떤 액션신이 가장 기억에 남나.
"해진이와 7, 8회쯤 찍었던 액션이 가장 어려웠다. 중간에 액션 순서를 까먹으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 했다. 그래서 제일 기억에 많이 난다. 감독님이 첫날 하루 만에 찍으려고 했는데 3일 동안 찍었다.(웃음) 욕심을 많이 내신 장면이었다. 공을 들이려고 하시니 더욱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태양의 후예'에 이어 김원석 작가와 두 번째 호흡이었다.
"김원석 작가님과 작년 백상예술대상에서 만났다. 옆자리에 '김원석'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더라. 처음엔 이름만 보고 '미생' 김원석 감독님인 줄 알았다. 근데 다른 분이 앉으시길래 그제야 김원석 작가님인 걸 알았다. 그전에 얼굴을 뵌 적 없어서 얼굴을 몰랐다. 헤어질 때 '작품 들어가는데 같이 해야죠' 이러시는데 예의상 말인 줄 알았다. 근데 진짜 '맨투맨' 미팅을 하게 됐다. 김원석 작가님이 추천을 해주셨나 싶었다."
-고마움이 더 컸겠다.
"정말 감사했다. 또 '맨투맨'에서 어떻게 보면 서기철이라는 역할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역할인데 작가님이 애정을 많이 주셨다. 대본을 보면서 애정이 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태양의 후예'와 극과 극의 캐릭터였다.
"그 당시 비슷한 역할만 해서 다른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던 시기였다. 비슷한 역할만 계속하다간 이대로 없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김원석 작가님이 하자고 했으니 그냥 해야겠다 싶었는데 기존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더욱 감사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카리스마를 장착한 것 같다.
"까부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처음엔 정말로 악독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근데 5, 6회쯤부터 변화하는 기미가 보이더라. 그래서 그때부터 천천히 조절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에 신경 써서 연기했다."
-사전 제작 드라마에 참여해보니 어땠나.
"분량이 많거나 그렇진 않지만 그래도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연기하는 사람들과 감독님이 욕심을 내다보니 좀 더 좋은 장면들이 나올 수 있지 않나 싶다. 배우들이나 감독님, 스태프들에겐 사전 제작이 훨씬 좋다."
-아쉽게도 절친 전석호(전작 '힘쎈여자 도봉순')의 기록을 넘지 못했다.
"에이 우리가 주인공들도 아니고.(웃음) 딱히 그런 경쟁의식은 없다. 석호가 하는 걸 봤는데 정말 웃기더라. 보기만 해도 재밌는 연기라 해보고 싶었다. 이번에 놀림을 좀 받았다. 내가 연기하는 걸 따라 하면서 놀리더라. 엄청 장난기가 다분한 친구다. TV로 보이는 건 그 친구가 가진 장난기의 3분의 1 정도만 드러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