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나훈아가 17일 정오 새 음반 '드림 어게인'을 발표했다. 지난 2006년 데뷔 40주년 기념앨범 '덤' 이후 무려 11년 만의 컴백이다.
나훈아의 컴백은 일반 원로 가수의 컴백과 확연히 다르다. 일단 정규 앨범이다. 원로 가수뿐만 아니라 아이돌들도 정규 앨범 발매 대신 싱글 단위로 앨범을 발표한다. 정규 앨범을 만들기 위해선 많은 비용과 에너지를 쏟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훈아는 무려 신곡 7곡을 한 번에 공개한다. 신보 '드림 어게인'에 타이틀곡 '남자의 인생'을 포함 총 7곡이 수록됐다. 나훈아는 11년 동안 칩거하면서 작업한 곡이 100여곡이 넘는다고 알려졌다. 뮤지션으로서 식지 않은 열정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원로 가수들이 옛날 히트곡 위주로 활동하는 것과 달리, 신곡 발표와 동시에 뮤직비디오도 제작했다. 70세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행보나 다름없다. 이는 나훈아가 새로운 음악 소비층인 젊은 세대에게도 소통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컴백에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적극적인 홍보 활동도 펼치고 있다. 그동안 신비주의를 선호했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현재 음악 시장과의 호흡도 신경쓰고 있다. 과거 원로 가수의 이벤트성 컴백이 아닌 현역 뮤지션으로서 열정적인 모습이다.
나훈아는 2006년을 기점으로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신체 훼손설·투병설 등 소문이 무성했다. 이에 2008년 1월 기자회견을 열고 각종 루머를 해명한 뒤 다시 칩거에 들어갔다. 이어 2011년부터 전 부인 정 씨와 이혼 소송에 휘말리며 칩거생활은 더욱 길어졌다. 활동 중단은 자의에 의한 것이었지만 두 차례 이혼 소송은 뮤지션 활동에 발목을 잡았다. 결국 거듭된 사적인 측면때문에 컴백이 미뤄진 것. 지난해 10월 이혼 소송이 마무리 되면서 적극적인 컴백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훈아는 소속사를 통해 "꿈이 고갈되어 가는 것을 느끼는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꿈을 찾기 위해 세상 여기저기를 다녔다"며 "죽기 전에 죽을 만큼 꿈을 피우겠다"고 컴백 소감을 밝혔다.
김성대 음악평론가는 나훈아의 컴백에 관련해 자기 증명또는 자기 쇄신으로 평가했다. 김 평론가는 "11년 만 컴백은 지난 악성 루머들과 지난했던 이혼 과정에서 입은 상처를 다 떨쳐내었다는 자기증명 또는 자기쇄신으로 보인다. 해로 만 70세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은 나이에 백전노장 싱어송라이터로서 마지막 혼을 불살라보겠다는 의지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컴백은 그가 돌아오면서 한 말 '죽기 전에 죽을 만큼 꿈을 피우겠다'는 자신의 말을 실천하기 위한 치열한 의지로 읽힌다. 오매불망 그를 기다려온 중노년 팬들에게 11월, 12월 투어 소식은 가뭄에 단비 같을 것"이라고 전했다.
나훈아의 컴백 행보는 적극적이다. 새 앨범 발매 후 콘서트도 연다. 이 콘서트는 나훈아가 직접 기획하고 연출했으며, 오는 11월 3~5일까지 서울·부산·대구 등지에서 열린다.
1966년 '천리길'로 데뷔한 나훈아는 시대를 달리하며 '고향역' '잊으리' '무시로' '갈무리' '대동강편지' '영영' 등 다수의 히트곡을 만들어온 싱어송라이터다. 직접 작사하거나 작곡한 노래는 약 800여곡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7년 3월 세종문화회관 콘서트를 갑작스럽게 취소한 뒤로 가요계를 잠시 떠나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