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기준 리그 다승 1·2위는 KIA 양현종(17승)과 헥터 노에시(16승)다. 공동 3위 메릴 켈리(SK) 더스틴 니퍼트(두산·이상 12승)와 격차도 꽤 크다. 다승왕 경쟁은 사실상 KIA 집안싸움으로 압축된 모양새다.
그동안 KBO 리그를 강타한 원투펀치는 꽤 있었다. 하지만 다승 1위가 포함된 같은 팀 원투펀치로 범위를 좁히면 그 수가 확 줄어든다. 지난 1985년 삼성 김시진과 김일융이 각각 25승을 올렸고, 1990년에는 선동열·이강철(이상 해태)이 39승을 합작했다. 2000년 현대 소속으로 공동 다승왕(18승)을 차지했던 임선동·정민태·김수경과 지난해 두산의 니퍼트(22승)·마이클 보우덴(18승) 정도가 손에 꼽힌다. 양현종과 헥터가 보여 주는 임팩트는 앞선 투수들과 비교했을 때 절대 뒤지지 않는다.
특히 2017년은 '타고투저'가 극심한 시즌이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30명이 3할 이상 고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KBO 리그 역사상 3할 타자가 30명 넘게 나온 건 2014년과 2016년이다. 그만큼 타자들이 강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양현종과 헥터는 8할 이상의 승률을 거둬 내고 있다.
세부 성적도 압도적이다. 양현종은 개막 뒤 선발 7연승을 달렸고, 지난 6월 15일부터 등판한 11경기에선 10승 무패 평균자책점 2.65를 기록 중이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18번의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양현종은 지난해도 QS 22회로 부문 1위였다.
헥터는 개막 뒤 17경기에서 14승 무패를 기록했다. 2003년 정민태(당시 현대)가 작성한 개막 후 선발 최다 연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해 막판 1승을 더하면 정민태(21연승)-김태원(16연승)에 이어 KBO 리그 역대 세 번째로 긴 15연승에 성공한 셈이다. 쉽게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으로 KIA 불펜에 휴식을 보장한다.
김기태 KIA 감독은 지난 10일 수원 kt전에 앞서 "양현종과 헥터가 좌우에서 잘해 줘서 힘이 된다. 두 선수 모두 20승 도전이 잘됐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38경기를 남겨 둔 KIA의 잔여 시즌 일정을 고려했을 때 '동반 20승'도 산술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KBO 리그 '동반 20승'은 1985년 김시진(25승)-김일융(25승·이상 삼성) 이후 30년 넘게 맥이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