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은 '군함도'가 개봉 전 후로 독과점을 비롯해 역사왜곡 논란 등에 휩싸이자 영화에 대한 진정성을 언급하기에 앞서 감독의 변과 해명부터 여러 번에 걸쳐 전달하기 바빴다.
특히 독과점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를 끝으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 대중의 분노는 시스템에 대한 것일 텐데 공교롭게도 내가 만든 영화가 이러한 논란에 휩싸여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며 "영화가 개봉을 할 때 감독과 제작사가 미치지 못하는 문제들이 있다. 다들 당황하고 있다. 심지어 배급사 쪽에서도 관이 이렇게(2000개 넘게) 잡힐 줄 몰랐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영화계 시스템과 사정을 잘 모르는 일반 관객들에게 더욱 공분을 사고 말았다. 충무로에 잔뼈가 굵은 영화인으로서, 또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CJ CGV 를 소유한 상업영화 최전선에 있는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가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이 쏟아진 것. '2000개 관을 잡고도 1000만 돌파 못한 작품'이라는 비아냥도 '군함도'가 고스란히 받게 됐다.
사실 류승완 감독의 발언에서 콕 집어 잘못된 부분은 없다. 영화 상영 전적으로 극장 측에 결정 권한이 있다. 배급사가 사전 조율을 해도 최종 선택은 극장 마음이다. '군함도' 개봉 당일 독과점에 대한 지적이 쏟아질 때, 누구보다 발을 동동 굴렀던 이들은 다름아닌 제작사와 배급사였다. 류승완 감독과 강혜정 대표는 결국 '군함도'가 향후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대한 논의를 할 때 영향을 끼칠까 각 영화단체에서 일괄 탈퇴하는 수순을 밟기도 했다.
배급사 관계자들은 "스크린 분위기에 따라 '이 만큼 가져 가겠다'는 예상 정도는 할 수 있지만 당일 스크린 수는 시스템적으로 절대 알 수 없다. 실시간으로 당장 몇 개 관에서 오픈됐는지는 알 수 있지만 총 몇 개 스크린에 배정 됐는지는 자정이 지나야 파악 가능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사고는 극장이 치고 욕은 영화가 먹는 모양새인 것.
한 배급사 관계자는 "CGV·롯데·메가박스에 기본 컨트롤타워를 내려 보내도 그대로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극장 수익 싸움은 단순히 기업과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지점과 지점의 비교로 나뉘어 진다. 점장들 입장에서는 당장 이 영화를 안 틀면 매출에 큰 차이가 생기는데 다른 방도가 없다"고 전했다.
현 배급 사정을 보면 배급사의 한탄도 이해는 간다. 상영관은 물론 상영횟수 역시 배급사에는 조율 권한이 없다. 관계자는 "필름 시절에는 조절이 가능했다. 필름 수를 우리가 조절하면 됐다. 길게 늘어뜨린다고 해도 동 시간에 두 개 스크린에서 밖에 틀 수 없었다. 지금은 하드 시스템이다. 하드가 A라는 극장에 발송된 이상 끝이다. 8개 관에 다 틀든, 7개 관에만 틀든 그건 극장 마음이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가 잠금을 걸어 일주일만 혹은 열흘만 틀 수 있게 만드는 것은 가능한데 열흘동안 몇 개 관에 트는지는 터치할 수 없다"며 "배급사는 더 이상 옛날 배급사가 아니다. 그렇다고 필름시대로 회귀할 수는 없지 않나. 프린트 비용이 줄어 제작·투자 쪽에서는 수익률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악영향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군함도'에도 그렇게 관을 몰아주더니 일주일 만에 싹 빼지 않았나. 극장이 갑이다"고 강조했다.
극장 측 역시 이를 인정했다. 관계자는 "지점마다 매달 실적 체크를 한다. 직영점은 어느 정도 감안 하더라도 위탁점은 말 그대로 사장 마음이다. 이 라면이 잘 팔리는데 굳이 저 라면을 가져다가 팔 이유가 없지 않나. 또 옆관은 트는데 나는 안 틀 수 없다. 수익 앞에서 극장의 선택은 냉정해 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독과점을 통해 극장이 돈이라도 벌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군함도' 독과점은 누구도 웃지 못한 채 230억만 날리고 끝났다. '군함도' 측은 "이 정도로 멈출 영화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700~800만 까지는 갈 수 있었을 것이다. 당장 관객이 드니까 극장도 욕심을 부렸다. 스크린은 열렸고 논란이 터지면서 타고난 영화의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극장도 손해다. 정작 스크린 쏠림 현상이 나타났을 때 극장 측은 가만히 있지 않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