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킹' 이동국(38·전북 현대)이 이제껏 아무도 도달하지 못했던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이동국은 17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017 29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원정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 통산 197골 71도움으로 K리그 사상 첫 70-70클럽(70득점 70도움)에 가입했다. 소속팀 전북은 이동국의 맹활약에 힘입어 포항을 4-0으로 완파하고 리그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그야말로 '위대한 기록'이다.
K리그가 출범한 1983년 이후 34년 동안 70-70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동국이 이 기록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신태용(47·99골 68도움)·에닝요(36·81골 66도움)·몰리나(37·68골 69도움)가 갖고 있던 60-60클럽이 최고 기록이었다. 심지어 이들은 모두 은퇴하거나 다른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다. 현재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 중에는 염기훈(34·수원 삼성·59골 97도움) 정도가 70-70클럽 가입 가능성을 남겨 두고 있다. 당분간 이동국 외에 또 다른 70-70클럽 가입자가 나오기 힘든 이유다.
대기록을 이루는 70번째 도움을 기록한 땅이 데뷔 첫 골을 터뜨렸던 고향 포항이라는 점도 드라마틱했다.
1998년 포항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동국은 그해 3월 31일 아디다스코리아컵에서 지금의 소속팀인 전북을 상대로 프로 데뷔골을 터뜨린 바 있다. 그리고 20여 년의 시간이 흐른 뒤, 같은 장소에서 이번엔 전북 유니폼을 입고 친정팀 골문을 폭격하며 역사에 남을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포항 입단 첫 시즌부터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황금시기를 이끌었던 이동국은 2010년 7월 17일 30-30클럽 가입 이후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마침내 70-70의 고지에 도달했다. 이동국은 이 놀라운 대기록을 위해 꼬박 20년을 성실하게 뛰었다. '슈퍼 신인'으로 프로 무대에 데뷔해 첫 골을 터뜨린 1998년부터 다섯 아이의 아빠로 불혹을 앞두고 70-70클럽에 가입한 2017년까지, 이동국의 시계는 쉴 새 없이 돌아갔다.
물론 프로 선수로 뛴 20년의 긴 시간 동안 부침도 있었다. 베르더 브레멘(독일), 미들스브러(잉글랜드) 등 야심 차게 도전했던 유럽 무대에선 아쉬움만 남기고 돌아왔고, 국내 리턴 이후 처음 뛰었던 성남 일화(성남 FC)에서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왕년의 '라이언킹'은 2009년 전북 유니폼을 입고 부활의 사자후를 터뜨렸다.
전북 입단 이후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K리그 최다골 기록을 새로 썼고, 지금은 자신의 기록을 스스로 경신하는 중이다. 현재 이동국의 K리그 통산 득점은 197골. 2위 데얀(36·FC 서울·170골)과는 27골 차이다. 이뿐 아니라 70-70클럽 가입자답게 공격 포인트 부문에서도 통산 268개로 부동의 1위를 질주 중이다. 이 부문 2위 역시 데얀(209개)이지만 득점과 마찬가지로 차이가 크다.
70-70클럽 가입은 20년의 시간 동안 축구 외길을 걸어온 이동국에게 축구가 안겨 준 보답이다. 그러나 이동국은 "매 경기 골을 넣고 싶다"는 선언처럼 여전히 의욕적이다. 아무도 밟지 못한 고지를 정복하고도 휴식 없이 곧바로 다음 목표를 위해 축구화 끈을 고쳐 매고 있다.
그의 다음 목표는 K리그 최초 200골, 그리고 80-80클럽 가입이다.
200골까지는 단 3골만 남겨 두고 있는 만큼 올 시즌 내로 달성할 가능성도 있다. 이동국은 "매 경기 주어진 기회를 성실히 임하다 보면 은퇴하는 순간에는 모든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이라며 "200골이 아니라 팀 승리에 필요한 골이라는 생각으로 넣다 보면 기록은 따라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