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사이드암 백인식(30)의 2017시즌은 물음표가 가득했다. 거듭된 수술로 언제 마운드에 설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지긋지긋한 재활에 발목을 잡혔다.
2015년 10월 오른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을 받았다. 1년 정도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여겨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복귀는 계속 미뤄졌다. 2016년 10월엔 팔꿈치에 웃자란 뼈를 깎고 뼛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동시에 진행했다. 팬들의 기억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잊혔다.
그러나 포기는 없었다. 긴 재활 터널을 지나 5월 6일 2군 NC전에 등판했다. 첫 수술 뒤 복귀까지 무려 19개월이 걸렸다. 이어 8월 8일 1군에 등록됐고, 이튿날 1군 복귀전을 치렀다. 816일 만의 1군 등판이었지만 NC를 상대로 1⅓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긴장이나 난조는 없었다. 5강 싸움을 이어 가는 SK에 백인식은 '원군'이나 다름없다.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쓰임새가 높다. 2013년 1군에 데뷔한 백인식은 그해 5승5패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하며 하위 선발 로테이션을 책임졌다. 이승호(2000년)와 임치영(2012년)·여건욱(2013년)에 이어 구단 역사상 선발 데뷔전에서 승리한 네 번째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그만큼 가능성이 많았다. 수술대에 오르기 전에도 스윙맨으로 활약했다.
복귀 뒤에도 예상한 그대로다. 8경기(선발 2경기)에 등판해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07을 기록 중이다. 선발·중간·마무리까지 모두 뛰면서 SK 마운드에 보탬이 되고 있다. 지난 14일 잠실 두산전에선 8-6으로 앞선 9회 1사 1루 상황에서 등판해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는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공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고 말했다.
- 현재 팔꿈치 상태는 어떤가. "대박이다. 예상하지 못했는데 구속이 너무 잘 나오고 있다. 1군에 등록되기 전 2군에선 시속 146㎞가 최고였다. 하지만 1군에선 148㎞까지 찍었다. 수술하기 전 최고 구속(152㎞)과 비교하면 아직 차이가 있지만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다. 경기를 계속 뛰다 보면 구속은 더 올라갈 수 있다. 확실히 컨디션도 좋고 밸런스도 괜찮다. 공이 마음껏 때려지는 것 같다. 아픈 곳도 없다."
- 1군 마운드에 다시 서니 어떤가. "너무 좋다. 팀 성적이 중요한 상황인데, 개인적으로는 공을 계속 던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마운드에 설 때마다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 올 시즌 복귀가 어렵다고도 생각했나. "시즌 내 복귀는 내가 가진 목표 중 하나였다. 시즌 초반 2군에 있을 땐 가끔 '쉽지 않을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19개월의 재활이 답답했을 것 같다. "맞다. 하지만 힘들 때마다 재활군에 있는 최창호·고윤형 코치님이 마음을 잘 잡아 주셨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두 번째 수술을 한 2016년 10월쯤이다. 재활하다가 팔꿈치에 수술을 한 번 더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좌절했는데, 부모님과 코치님이 정신적으로 도움을 많이 주셨다."
- 예상보다 공백이 길었다. "솔직히 2016년 9월쯤에는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첫 수술 뒤 약 1년 정도 재활을 생각했다. 하지만 뼈가 자라고 통증이 생기면서 한 번 더 수술을 받았다. 지금도 그 여파로 팔이 잘 펴지지 않는다. 수술을 받고 상태는 많이 호전됐다. 아픈 곳이 없다는 게 중요하다."
- 1군에서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데. "아직 중요한 상황에서 등판한 게 몇 번 없다. 긴박한 상황에서 등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잘 모르겠지만 열심히 던질 생각이다.(웃음)"
- 지난 14일 두산전에선 데뷔 첫 세이브까지 올렸다. "불펜에서 준비하긴 했는데 진짜 등판할 줄은 몰랐다. 그런 상황이 데뷔 이후 처음이었고, 내가 경기 끝까지 던질 줄은 더 예상하지 못했다."
- 남은 시즌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팀이 5위를 확정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현재에 충실하려고 한다. 지난해 팀이 가을 야구를 하지 못했고, 이번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보탬이 돼야 한다."
- 선발과 불펜, 어느 쪽이 더 편한가. "선발이 좀 더 나은 것 같다. 한 번 등판하면 며칠 쉬면서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세이브를 처음 해 보니까 불펜 투수만 느낄 수 있는 매력 같은 게 있더라."
- 왼손 타자 피안타율(0.120)이 낮은데. "세부 기록은 잘 보지 않아서 몰랐다. 원래 오른손 타자를 상대하는 게 편하다. 왼손 타자에 강점을 보이는 건 아무래도 체인지업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가 체인지업을 주로 던지는 투수니까 타자들도 그 부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게 타자를 상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역으로 던진다."
- 자신감이 느껴진다. "마운드랑 포수가 가까워진 느낌이다. 내 공에 자신감도 생겼고, 컨디션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