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국내 선발진의 '희망'으로 불리던 주권(22)이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기분 좋은 마무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주권은 지난해 kt 국내 선발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잘 던졌다. 6승(8패)에 평균자책점 5.10을 기록했다. 5월 27일 넥센전에선 9이닝 4피안타 무볼넷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신고했다. 프로 데뷔 첫 승을 무4사구 완봉승으로 따낸 투수는 주권이 역대 최초. kt의 창단 첫 완봉승이기도 했다. 팀 내 최다 이닝을 소화한 트래비스 밴와트(134⅔이닝)보다 불과 ⅔이닝이 적은 134이닝을 던지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지난 3월 9일엔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호주전에 중국 대표팀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다. 재중동포 출신인 그는 존 맥라렌 중국 대표팀 감독의 끈질긴 설득으로 중국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런데 막상 정규시즌이 개막되고 깊은 부진의 늪에 빠졌다. 4월 5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11.40에 그쳤다. 개막 한 달이 지난 5월 11일 KIA전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했지만 이후에도 부진은 계속됐다. 결국 선발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2군과 불펜을 오갔다. 시즌 막바지 들어 안정을 찾고 있다. 최근 13경기 모두 구원투수로 나서 3승 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14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 보직은 주권의 원래 역할이 아니다. 이제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때다. 김진욱 kt 감독은 10월 3일 공동 1위 KIA와 정규시즌 최종전 선발투수로 주권을 낙점했다. 김 감독은 "주권은 어차피 내년에 선발을 맡아야 하는 선수다"라며 "승리를 못 올려도 좋으니 작년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주권 역시 마찬가지다. 2017 시즌의 부진을 털고 희망적인 피날레를 다짐하고 있다.
-아직 5경기가 남았지만 2017 시즌을 돌아본다면. "많이 배웠다. 시즌 초반에는 부진했기에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시기도 있겠구나'라고 여겼다. 돌아보면 스프링캠프 때 준비를 잘하지 못했다. 많은 걸 깨닫게 됐다. 캠프 때 준비를 잘해야 체력도 유지하고 구위도 안 떨어지는구나 싶었다."
-아쉬움이 많이 남겠다. "그렇다.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팬들께서 많이 기대하셨을 텐데 미안한 마음이 크다."
-지난 3월 WBC 중국 대표로 활약했다. 올 시즌에 영향을 미쳤을까. "주변에선 WBC 합류가 올 시즌 부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얘기하신다.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겠다. (지난해 많은 이닝을 던져) 스프링캠프에서 조금 늦게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스타트가 늦었으니 끝까지 캠프를 잘 마쳤어야 했는데 (WBC에 출전하느라) 그러지 못했다. 어쨌든 개인적으로 WBC와 시즌 성적은 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좋은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 부담으로 작용했나. "조금은 부담을 가졌던 것 같다. 그보다 설렘과 기대가 더 컸다. 그런데 자꾸 성적이 안 나고 부진하다 보니 스스로 '잘해야 하는데'라며 눈치가 보이곤 했다."
-'토종 에이스'라는 평가에 책임감도 컸을 것 같다. "'토종 에이스'라는 얘기는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 아직 주축 선수라는 말을 듣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물론 많은 책임감은 가지고 있다."
-마운드에서 '작년 같은 공이 아니구나'라고 스스로 느꼈나.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던질 때 가끔 느끼곤 했다. 포수 형들에게도 물어보면 '직구가 힘 있게 들어오지 않는다'고 많이 얘기하더라. 세게 던지면 볼로 형성되고, 가운데로 들어가면 (안타를) 맞았다. 그래서 자신감이 떨어지고 여유가 줄어들었다."
-최근 들어 호투하고 있다. "솔직히 어떤 점이 좋아졌는지 모르겠다. 중간에서 1이닝씩 던지면서 무실점 투구가 이어졌다. 저절로 마운드에서 자신감과 재미를 찾게 됐다. '지금 몸 관리를 잘해야겠다' 싶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고 있다."
-다소 늦었지만 시즌 막바지에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건 긍정적으로 여길 만하다. "선발이 아닌 중간으로 마지막을 맞고 있어서 조금 아쉽다. 그래도 어디서든 내 역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영표나 정성곤 등 비슷한 시기에 입단한 선수들이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 자극도 받을 텐데. "그렇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솔직히 부럽다. 선발 등판해 좋은 모습을 보이니 옆에서 볼 때 정말 멋있더라. 영표 형에게 '정말 잘 던진다. 나도 그렇게 던지고 싶은데 지난해만큼 안 된다'고 조언을 구하니 형이 '나도 지난해엔 네가 부러웠다'고 하더라.(웃음) 영표 형이나 성곤이가 최근에 던지는 모습을 보면 나도 저렇게 잘 던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팀에 비슷한 또래의 선수들이 많다. "아무래도 동기부여가 된다. 선배들과 얘기를 나누기 어려울 때도 있는데 또래 선수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또 나와 비슷한 연령의 선수들이 많아 더 유심히 보게 된다. 특히 (엄)상백이 같은 경우는 마운드에서 맞더라도 자신감 있는 투구를 한다. '나도 배짱 있게 던져야 하는데…' 라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김진욱 감독이 KIA와 시즌 최종전에 선발 등판을 예고했다. "사실 더 부담되는 면도 있다. 올해 선발승이 한 번 밖에 없다. (5월 11일 광주 KIA전 5이닝 2피안타 1실점) 그 기억을 되돌려 마지막 등판을 멋있게 장식하고 싶다. 이기고 싶다.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전력을 다해 던지겠다. 솔직히 올 시즌 감독님께서 많은 기회를 주셨다. 보답하겠다는 마음으로 남은 경기에 임하겠다. 이번 시즌을 거치면서 많은 부족함들을 알게 됐고 그 부분들을 보완해야겠다. 내년에는 꾸준하게 좋은 모습을 보이는 투수가 되고 싶다. 언젠가 팀 주축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