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휴식기를 마친 유럽 프로축구는 일흔이 훌쩍 넘은 백발 노장의 복귀전을 숨죽인 채 주목하고 있다. 독일 프로축구 명문 바이에른 뮌헨의 신임 사령탑 유프 하인케스(72) 감독이다. 카를로 안첼로티(58) 감독을 경질한 뮌헨은 지난 7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하인케스 감독의 선임 소식을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18년 6월 30일까지다.
지난 시즌까지 분데스리가 5연패 위업을 달성한 뮌헨은 이번 시즌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시즌 초반부터 선두로 올라서던 예년과 달리 2017~2018시즌 뮌헨(14)은 라이벌 보루시아 도르트문트(19)에 승점 5나 뒤진 2위에 그치고 있다. 무패를 달릴 것으로 예상된 유럽클럽대항전 조빌리그에서도 망신을 당했다. 뮌헨은 지난달 28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 원정경기에서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파리 생제르망(PSG)에 0-3으로 완패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굴욕적인 패배를 기록한 지 하루 만에 전격 경질됐다. 독일 언론은 일제히 "뮌헨이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라며 "실력이 검증된 30~40대 젊은 지도자를 감독 후보로 올려뒀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토마스 투헬(44) 전 도르트문트 감독, 율리안 나겔스만(30) 호펜하임 감독, 루이스 엔리케(47) 전 바르셀로나 감독 등이 뮌헨 지휘봉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뮌헨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백전노장 하인케스 감독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인케스 감독은 이번 부임으로 뮌헨에서만 총 네 차례 사령탑에 오르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1987년부터 1991년 처음 뮌헨의 지휘봉을 잡았고, 2009년에는 임시 감독을 맡았다. 이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다시 사령탑으로 활약했다. 뮌헨이 손을 내밀 때마다 그 손을 잡아줬다. 뮌헨에 특화된 '소방수'인 셈이다. 성과도 화려하다. 하인케스 감독은 2012~2013시즌 뮌헨의 트레블(정규리그·DFB 포칼·UEFA 챔피언스리그 동시 우승)을 이끌었다. 용병술과 전술 능력에서는 현존 최고라는 평가다. 오른쪽과 후방에서만 활약하던 토니 크로스(27)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며 세계적인 스타로 키운 것도 하인케스다. 하산 살리하미지치(40) 뮌헨 단장은 이런 하인케스 감독을 두고 "선수단 관리와 전술의 대가다. 그가 흔들리는 팀을 바로 잡고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인케스 감독은 부임 기자회견에서 "뮌헨에서 은퇴하던 2013년 여러 유럽 빅클럽들에게 감독직은 물론 방송 해설자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모두 거절했다"며서 "다시는 벤치에 앉을 일이 없을 줄 알았다. 뮌헨은 내 축구인생의 발판이 된 감사한 팀"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칼-하인츠 루메니게 회장과 울리 회네스 구단주와 만나 면담을 하면서 '친정팀을 위해 다시 벤치에 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4년 만의 복귀에도 실력 발휘할 준비는 마친 모습이다. 하인케스 감독은 "프랑크 리베리, 아르연 로번 등 핵심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현재 뮌헨의 문제를 분석하고 해법을 찾겠다. 나는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을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 새 별명도 생겼다. 경기 중 흥분하면 얼굴이 붉게 변한 탓에 과거 하인케스 감독은 '오스람(독일 전구회사)'으로 불렸다. 새로 얻은 별명은 '오파 트레이너(Opa Trainer·독일어로 할아버지 감독)'이다. 뮌헨 홈팬들은 '할배 감독'의 귀환을 맞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하고 있다. 하인케스 감독은 10일 첫 공식 훈련을 지도했는데, 뮌헨 훈련장에는 1000여 명의 구름떼 관중이 찾아 명장의 귀환을 반겼다. 이들은 하인케스 감독은 물론 헤르만 게를란트(63) 코치와 페터 헤르만(65) 코치의 이름을 연호했다. '하인케스 사단'으로 통하는 겔를란·헤르만 코치는 하인케스 감독이 부임하면서 합류했다.
빌트는 훈련 현장 분위기를 전하며 "200년(하인케스·헤르만·게를란트의 나이의 합)의 경험(Erfahrung)이 뮌헨에 돌아왔다"고 했다. 하인케스 감독은 14일 안방인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프라이부르크와 정규리그 8라운드를 통해 뮌헨의 영광 재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