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은 14일 부산 해운대 비프빌리지 야외무대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영화기자협회(영기협) 주최 오픈토크 '더 보이는 인터뷰의 주인공으로 나서 오랜만에 부국제를 찾은 소감부터 근황, 영화와 연기에 대한 애정을 쏟아내며 유머까지 탑재한 배우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 현장을 찾은 팬들을 한 번 더 반하게 만들었다.
2011년 '파수꾼'과 2012년 개막식 사회자로 부국제를 찾은 후 오랜만에 다시 현장을 방문하게 됐다는 이제훈은 "너무 놀랐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주실 줄 몰랐다. 감사하다"며 진심어린 감사 인사부터 전했다.
근황에 대해서는 "최근 '아이 캔 스피크'가 개봉해 마무리 홍보를 하고 있다"며 "근 1년동안 쉴새없이 촬영하고 달렸는데 얼마 전 추석을 맞이해서 집에서 푹 쉬었다"고 밝혔다.이제훈은 공대생에서 연기학도로 20대 때 진로를 변경한 배우로 유명하다. "스크린에 나오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면서 동경했다"는 이제훈은 "'내가 저 속에 있어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처음에는 1, 2년 정도 연기 해보고 내 길이 아니다 싶으면 다시 공부를 할 생각이었는데 연기라는 것이 1, 2년 하고나서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니더라. 하면 할 수록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다 보니까 25살 때 한예종으로 학교를 새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연기에 빠져 연기로 제 매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이제훈은 데뷔 10년차가 된 올해 '박열'에 이어 '아이 캔 스피크'까지 상반된 분위기의 두 캐릭터를 통해 역대급 연기는 물론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파격 변신이 눈에 띈 '박열'에 대해 이제훈은 "외적으로 굉장히 지저분하게 나오지 않냐. 한 마디로 거지꼴이다. 거지같은 모습 그대로 나를 더 더럽게 굴리려고 노력했다. 편하게 받아 들이면서 촬영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열'은 이제훈이 '아이 캔 스피크'를 선택하는데도 큰 도움을 준 작품이 되기도 했다. 맹활약한만큼 "연말 시상식에서 수상을 기대하지는 않냐"고 묻자 이제훈은 손사레를 치며 "아니다. 너무 너무 부끄럽다. 아직 한참 모자르다.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며 거듭 겸손함을 표했다. 작품을 통해 늘 색다른 모습을 뽐내는 이제훈이기에 아직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액션 연기에 대한 팬들의 갈증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나도 보고 싶다"고 대번에 답한 이제훈은 "1차적으로 드는 생각은 내가 그래도 아직은 파릇파릇하고 젊지 않냐"며 웃더니 "뭔가 젊은 에너지의 혈기왕성함을 뿜어낼 수 있는 액션 영화면 더 좋겠다. 본 시리즈 같은? 몸으로 부딪치는 액션연기를 해보고 싶다. 권투영화에도 관심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와 함께 이제훈은 함께 작업한 여배우 수지·최희서에 대한 각별한 마음도 드러냈다. 이제후은 "두 배우 모두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차세대 여배우인 것 같다. 내가 두 여배우에게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청산유수 입담을 자랑하던 이제훈은 개그까지 시도, 야유와 탄성을 한꺼번에 쏟아내 웃음을 자아냈다. "왜 이렇게 망설여지지?"라며 숨을 고른 이제훈은 "바람이 자꾸 불어서 생각한건데 바람을 영어로 하면 윈드 아니냐. 우리나라 지역구에 윈드라는 지역이 있는데 혹시 어디인지 아냐"고 물었다. 정답은 분당. 이제훈은 "바람이 분당"이라며 귀엽게 멘트하더니 "여러분 많이 더우셨죠? 내가 시원하게 해 드리려고 그런 것이다"고 너스레를 떨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이 날 인터뷰가 더욱 빛난 이유는 시종일관 팬들을 향한 이제훈의 타고난 매너였다. 이제훈은 마이크를 잡은 영화 팬들의 질문을 빠짐없이 경청하는 것은 물론, 셀카 요청에 1초의 고민없이 무대에서 바로 뛰쳐 내려가는 속도감으로 오히려 경호원들이 그를 쫓아 달려 나가게 만들었다.
또 '아이 캔 스피크'의 대사를 인용해 "하우 아 유?"라고 툭 던진 팬의 말에 "아임 파인 땡큐 앤 유?"라고 대꾸하는 센스도 보였다. 애교 넘치는 포즈로 팬서비스까지 자청한 매력덩어리 이제훈은 부국제를 찾은 관객들에게 더할나위 없는 추억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