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018시즌 프로농구 10개 구단 중 최약체로 평가받은 DB는 개막전에서 '우승후보 0순위' 전주 KCC를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DB는 15일 KCC와 홈경기에서 81-76으로 이겼다. KCC는 올 시즌 최고 몸값(9억2000만원)을 기록한 '특급 슈터' 이정현(30·191cm)을 보유한 막강 화력의 팀이다.
승리의 주역은 맏형 김주성이었다. 이상범(48) DB 감독은 KCC와 시즌 첫 경기에서 김주성을 선발 라인업에 넣었다. 김주성이 지난 시즌 경기 중반에 투입되는 식스맨으로 활약한 것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올 시즌 DB는 두경민을 제외한 서민수(24·197cm), 김태홍(29·193cm) 등 경험이 적은 선수들로 꾸려졌다. DB가 약체로 분류된 이유다. 팀에 부임한 지 반년이 채 되지 않은 이 감독은 백전노장 김주성을 시작부터 투입하며 리더 역할을 맡긴 것이다.
김주성은 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는 코트를 누빈 13분 동안 DB가 경기 주도권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기 종료 2분17초를 남기고 얻어낸 자유투 3개를 모두 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은 장면이 대표적이다. 김주성은 18일 본지 통화에서 "감독님께서 선발 출전을 지시하시면서 '팀의 중심을 잡아달라'고 주문하셨다. 시즌 첫 경기에서 지면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은데, 경기가 잘 풀려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프로 데뷔 16년차 김주성은 이날 대기록도 작성했다. 통산 689번째 정규리그 경기에 출전한 그는 '레전드' 서장훈(은퇴·688경기)을 제치고 이 부문 단독 3위로 올라섰다. 프로농구 통산 출전 기록은 추승균 KCC 감독의 738경기가 2위, '코트의 철인' 주희정(은퇴)의 1029경기가 1위다. 올 시즌 김주성의 기록 제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통산 1만7득점을 기록 중인 그는 13득점을 추가하면 추승균 감독(1만19점)을 제치고 2위가 된다. 통산 2000어시스트도 81개 남았다. 이미 1019개로 1위를 지키는 블록슛은 추가하는 순간이 곧 역사가 된다. 이 중에서 꼭 달성하고 싶은 기록을 묻자 김주성은 "50경기를 더 출전하면 통산 출전 2위가 된다. 경기에 계속 나설 수 있다는 것은 부상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루게 된다면 의미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성의 바람 기록 달성보다 후배들과 호흡에 있다. 그는 "시즌 전 1년 연상 계약을 한 이유는 후배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비시즌 동안 후배들과 훈련 후에도 1대1 연습을 하는 등 많은 땀을 흘렸다"면서 "1000블록, 1만 득점을 달성하면서 기록에 대한 욕심은 없다. 올 시즌 기록을 위해서 뛰지 않을 것이다"면서 "후배들을 끌어주고 좋은 경기를 하기 위해서 뛰겠다. 후배들이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보여 기쁘다"고 말했다. 김주성이 이끄는 DB는 18일 고양체육관에서 고양 오리온과 원정경기에서 시즌 2연승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