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주 업계가 볼썽사나운 진흙탕 싸움을 펼쳐 빈축을 사고 있다. 경쟁 업체의 신제품 출시가 임박하자 하루 앞서 비슷한 제품을 출시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뿌리는 등 도를 넘어서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어서다.
23일 페르노르카코리아의 위스키 브랜드 임페리얼은 11월 스카치위스키 베이스의 알코올 35도 저도주인 '디-라이트 바이 임페리얼'을 새로 내놓는다고 밝혔다.
디-라이트 바이 임페리얼은 부드러운 스카치 위스키 풍미를 경험할 수 있으며, 20∼30대 소비자들은 물론 스카치 위스키 원액의 저도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이라고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설명했다. 공급가격은 2만540원(450㎖)이다.
이날 골든블루도 단일 브래드 기준으로 국내 위스키 판매량 1위인 '골든블루 사피루스'를 고급스럽게 리뉴얼해 11월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원액을 스코틀랜드산으로 사용해 위스키 본연의 맛과 향을 그대로 유지하고, 여기에 50년 경력의 마스터블렌더 노먼 메디슨의 섬세하고 정교한 블렌딩 기법으로 더욱 깊어진 풍미와 한층 부드럽고 감미로운 맛을 낸 제품이라고 골든블루는 설명했다. 제품의 알코올 도수는 기존과 동일한 36.5도이다. 공급가격도 종전과 같은 2만3940원(450㎖)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두 회사 모두 아직 정식 출시일이 정해지지도 않은 신제품을 미리 홍보하고 나선 데 있다.
통상 업계에서는 신제품 출시일을 정하고 해당 일에 제품의 가격과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 왔다.
이에 일부에서는 업계 1위인 디아지오코리아를 겨냥한 신제품 '김 빼기' 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디아지오코리아는 2주 전 출입 기자들에게 초청장을 보내 오는 24일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디아지오는 이날 행사에서 기존 상품군에 없는 12년산 저도 위스키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두 회사가 다음 달 출시할 것이라 밝힌 제품들과 같은 종류다.
디아지오는 작년 11월 이후 1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신제품으로 20~30대 젊은층을 공략, 시장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출시 전부터 경쟁사들의 도를 넘어서는 견제에 시달리게 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위스키 업체들이 시장 침체 속 생존 경쟁에 몰리자, 상도를 넘어선 경쟁도 불사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주류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위스키 출고량은 전년 반기 대비 4.3% 감소한 6만7243상자(1상자=500㎖×18병)를 기록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 유지되면 올해 연간 출고량은 160만 상자에도 못 미쳐 9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에서 1등 제품을 놓고 대립한 경우는 있지만 신제품 출시를 가지고 신경전을 벌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아무래도 시장 상황이 안 좋다 보니 경쟁 업체를 견제하는 움직임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