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덕(52) 한화 감독은 '첫 마무리캠프를 무사히 마쳤다'는 취재진 인사에 이렇게 반문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캠프 도중 벌어졌던 불미스러운 일을 암시하는 한마디다.
한화 선수단은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훈련을 마치고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 1일부터 25일간 이어진 캠프 기간 동안, 훈련 성과는 무척 좋았다. 요미우리와 두 차례 연습 경기서 1승1패를 거뒀고, 두산을 상대로도 승리를 따냈다. 다만 이와 별개로 두 차례 큰 홍역을 치러야 했다.
지난 19일엔 외야수 김원석이 중도 귀국했다. 개인 SNS DM(다이렉트 메시지)을 통해 팬과 주고받은 부적절한 대화가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구단은 심각성을 인지하고 20일 방출을 결정했다.
이틀 뒤인 22일엔 내야수 이창열이 숙소 인근 한 대형 쇼핑몰에서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미야자키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창열은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피의자 신분으로 현지에서 구금됐다. 한화는 이창열을 현지에 남겨 두고 돌아와야 했다.
한화 관계자는 "현지에서 일본인 변호사를 선임했고, 일본어가 가능한 통역 담당 직원이 현지에 머무르고 있다"며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3년 만에 고향팀으로 돌아온 한 감독은 이번 마무리캠프를 의욕적으로 시작했다. 프로 사령탑으로서 처음 지휘봉을 잡고 선수단을 이끄는 시간. 오랜만에 만난 선수들에게 해 주고 싶은 얘기가 많았다. 그러나 감독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예기치 못한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한 감독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생겼다. 감독으로 처음 시작하는데, 잠깐 사이에 안 좋은 사건이 두 번이나 일어나서 너무 안타깝다"고 착잡해했다.
'사건'들과는 별개로 훈련을 충실하게 소화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한 감독은 "이번 캠프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팀 분위기를 바꿔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 부분에서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선수들이 움직임이나 표정부터 달라졌다. 능동적으로 알아서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됐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어 "생각했던 것보다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가능성을 봤다. 눈에 띄는 선수는 많지만, 다른 선수들이 낙담할까 봐 공개적으로는 얘기하지 않겠다"고 웃으며 "선수들이 아무래도 훈련 시간에 아쉬움이 남아야 스스로 찾아서 하는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2~3년 뒤에는 좀 더 좋은 선수들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한화로 돌아온 두 레전드 코치 역시 기분 좋은 평가를 내놨다. 장종훈 수석 코치는 "시간과 양을 정해 놓고 타격 훈련을 했다.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며 "내년 스프링캠프는 젊은 선수들이 훈련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송진우 투수코치도 "이번 캠프에 참가한 선수들은 대부분 중간에서 활약할 젊은 선수들이라 실전에서 15개 안팎의 공으로 승부하는 부분에 집중해 훈련했다"며 "부상 이력이 있는 선수들에게는 정신적 안정과 재활을 위한 훈련을 했다"며 만족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