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35)는 지난달 30일 경남 통영에서 열린 롯데의 납회식에 참석했다. 일본 무대 진출을 선언한 2011년 이후 6년 만이다. 선수·프런트·팬이 함께 어우러지는 자리다. 올해를 돌아보며 내년을 기약한다. 이대호는 모든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분위기메이커를 자처했다고. 자신도 "족구할 때 하도 소리를 질러 목이 다 쉬었다"며 웃었다.
정규 시즌에서도 팀이 연패에 빠지면 애써 밝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납회식에서 보여준 모습도 의도는 다르지 않다. 12시즌 동안 안방을 지킨 주전 포수 강민호가 삼성으로 이적했다. FA(프리에이전트) 계약과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새 얼굴만 4명이 합류했다. 그 어느 때보다 선수단의 단합이 필요하다. 주장의 역할이 중요했다. 회식 자리에선 각 테이블을 돌며 후배들과 잔을 기울였다. 진솔한 얘기도 나눴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이대호는 두 가지 메시지를 전했다. 첫 번째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눈치를 보지 말라는 것이다. 이대호는 "내가 언성을 높이고 인상을 써야하는 시기는 지났다. 이제 무섭기만 한 선배는 아니다. 후배들에게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오길 바란다. 야구를 더 잘하고 싶다면 조언을 구하는데 주저하지 말하라'고 해줬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과거 "나는 무서운 선배가 맞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해외야구를 경험한 뒤엔 생각과 달라졌다. 그는 "야구는 재미있게 해야한다. 쉽지 않지만 최소한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이라도 해야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그라운드에서 주죽들지 말고 벤치에서 눈치를 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최근 몇 년 동안 불거진 프로야구 선수들의 행실과 닿아 있다. 이번 겨울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파문, 성추행 등이 잇따랐다. 이대호는 "후배들에게 '제발 신문에 나올 일을 만들지 말자'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술을 조심해야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대호는 롯데가 한창 상승세를 타던 8월에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팀 분위기가 좋을 때 선수 한 명 때문에 분위기가 안 좋아져선 안 된다"고 했다. 비활동기간엔 선수들에게 자율이 주어진다. 유독 사건이 많이 터진다. 주장은 이러한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이대호는 "야구를 못하면 선배들이 도울 수 있다. 하지만 결코 품어줄 수 없는 행동을 하면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