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는 붉은 유니폼(대표팀)과 흰 유니폼(소속팀)을 입고 축구팬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요. 지난해 부족했던 부분들은 보완해야죠."
한국 축구의 최고 스타 손흥민(26·토트넘)이 새해 희망을 전해 왔다. 손흥민은 지난해 완벽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그는 지난 2016~2017시즌(작년 5월) 토트넘에서 레전드 차범근을 넘어 한국인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골(21골) 신기록을 작성했다. 2017~2018시즌에도 9골을 넣으며 맹활약 중이다. 대표팀에선 최근 A매치(작년 10·11월) 3경기에서 3골을 터뜨리며 골 가뭄을 날려 보냈다. 많은 상을 휩쓸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국제 선수상'과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선수'를 동시에 수상했다. 국내 스포츠 스타를 통틀어서도 최고였다. 손흥민은 최근 한국 갤럽 발표에서 '피겨 여제' 김연아(2위)와 '메이저리거' 류현진(3위)을 제치고 '올해를 빛낸 스포츠 스타'에 뽑혔다.
손흥민은 새해를 맞아 작년보다 더 빛나는 활약을 다짐하고 있다. 축구 인생의 하이라이트가 될 러시아월드컵 본선(6월 14일 개막)이 열리기 때문이다. 9회 연속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 축구의 운명은 그의 발끝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닷새 전 사우샘프턴전(리그)에서 시즌 9호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월드컵의 해'를 맞아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이 담긴 인터뷰를 일간스포츠에 보내 왔다. 손흥민의 매체 단독 인터뷰는 2015년 잉글랜드 무대 진출 이후 처음이다.
- 무술년이 밝았습니다. 축구팬들에게 새해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한국 축구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2018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2017년의 좋았던 일은 모두 간직하면서 안 좋았던 일들은 훌훌 털어 버리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길 바랄게요. 한국은 날씨가 매우 춥다고 들었는데, 옷을 따뜻하게 잘 챙기세요.(웃음)"
- 시간이 참 빠르네요. 손흥민 선수가 4년 전 월드컵(조별리그 탈락)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게 엊그제 같거든요.
"브라질 대회는 내가 대표팀의 막내 선수로 참가한 월드컵이자, 생애 첫 번째 월드컵 출전이었어요. 어린 나이에 자신감과 패기를 갖고 임했지만, 사실 결과가 좋지 못했죠.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아 내게 상당히 안타깝고 슬픈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그러나 브라질에서 흘린 눈물은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동기부여기도 합니다.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어느덧 나도 대표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나이가 됐습니다. 후배 선수들도 많이 생겨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요. 브라질에서 삼킨 눈물을 교훈 삼아 러시아에서는 훨씬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독일은 손흥민이 성장하고 프로 데뷔전까지 치른 곳이죠. 제2의 고향을 상대로 골을 넣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 같아요.
"세계적인 축구 강국 독일은 내게 특별한 인연이 많은 곳입니다. 전 포지션에 걸쳐 대단한 선수들이 버티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어느 곳 하나도 '구멍'을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팀입니다. 그래서 더욱 승부욕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난 '축구를 잘하는 팀은 있어도, 완벽한 팀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연합뉴스 독일을 상대로 골을 넣을 수 있다면 물론 좋겠죠. 공격수로서 골에 대한 욕심은 항상 가지고 있고요. 하지만 그보다는 팀 승리가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독일을 이기는 데 집중하려고요. 축구는 팀 플레이의 스포츠니까요."
- 독일 대표팀 선수 중 친한 선수가 많을 것 같아요. 토트넘 입단 전,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이상 독일)에서 6시즌 동안 뛰었잖아요.
"지금 독일 대표팀 명단에는 율리안 브란트(레버쿠젠) 선수와 인연이 있는 편입니다. 내가 레버쿠젠에서 뛸 당시, 브란트는 팀에서 가장 훌륭한 유망주였어요. 그랬던 그가 현재 레버쿠젠의 핵심 멤버로 성장하고, 독일 대표팀 내에서도 입지를 다진 모습을 보면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브란트 선수와 맞대결은 기대가 됩니다."
- 브라질월드컵 결승전(독일-아르헨티나) 결승골의 주인공 마리오 괴체(도르트문트)와도 각별한 사이죠.
"분데스리가 시절, 괴체 선수와 경기를 치르면서 자주 인사를 나눴어요. 괴체와 난 스물여섯 살 동갑내기거든요. 친구와 다시 만나는 것도 기대됩니다."
- 특별한 인연이라면, 멕시코 골잡이 '치차리토(하비에르 에르난데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손흥민 선수가 토트넘으로 이적한 뒤 레버쿠젠의 '등번호 7'을 물려받았으니까요.
"치차리토는 좋은 선수라고 생각해요. 박스 안에서 위치 선정 능력이 뛰어납니다. 골 냄새를 맡고 움직인다고 할까요. 이 밖에도 장점이 많아요. 또 월드컵에서 이미 멕시코를 대표해 좋은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죠. 아마 멕시코전을 준비하면서도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로 꼽히겠죠.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 축구는 팀 스포츠입니다. 멕시코를 철저하게 분석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 한국의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성적은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가능한 한 많은 승리를 올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16강 진출이 최우선 목표입니다. 최근 몇 차례 평가전을 통해 한국 대표팀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었어요. 러시아월드컵 본선 전까지 우리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남은 기간에 준비를 잘해야 합니다.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디다스 제공
- 잉글랜드 무대(2015년 8월)를 밟고 벌써 세 번째 시즌이에요. 처음 토트넘에 입단했을 때와 달라진 점을 느끼는지요.
"잉글랜드의 축구는 독일과 비교해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몸싸움 능력도 더 요구됩니다. 많은 선수들이 처음 프리미어리그에 와 적응 기간을 겪는 이유죠. 나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지금은 그때보다 성장했고요. 높은 레벨의 스피드와 피지컬 능력이 필요한 무대에서 살아남으려다 보니,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난 아직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 영국과 독일, 두 나라의 축구 문화는 닮았나요.
"독일과 영국 모두 축구를 사랑하고,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해 줍니다. 두 나라 모두 응원이나 축구를 즐기는 문화가 정착돼, 뛰는 선수들도 언제나 즐겁게 임할 수 있다는 점이 공통점입니다. 물론 다른 점도 있어요. 영국은 날씨가 조금 변덕스럽다는 점입니다.(웃음)"
- 지난해 잉글랜드 무대를 밟고 최고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올해는 더 멋진 활약을 기대해도 되겠죠.
"지난 시즌에 21골을 넣었습니다. 이번 시즌도 최상의 모습으로 마치고 싶어요. 올해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은 공격포인트를 쌓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더 많은 기록에도 도전해 보고 싶고요."
- 지난해 가장 아쉬운 순간을 꼽으라면 롤모델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맞대결 불발입니다. 레알 마드리드와 챔피언스리그 1차전은 출전 시간이 짧았고, 2차전은 나오지 못했으니까요.
"우상이던 호날두와 경기를 하지 못한 것은 아쉽죠. 하지만 감독님의 선택이 더 우선이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또 우리팀이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좋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기쁩니다. 앞으로도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날 기회는 또 있다고 생각해요. 더 성장한 모습으로 맞대결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이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포르투갈의 주장인 호날두와 만날 수도 있어요.
"한국이 러시아월드컵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고, 포르투갈을 만나서 호날두 선수와 맞대결을 펼치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좋습니다. 우선 한 경기, 한 경기 승리를 목표로 열심히 뛰고, 월드컵에서 우리가 최대한 갈 수 있는 데까지 갈 수 있도록 밀어붙여 보고 싶습니다. 그 외의 것은 그다음에 생각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연합뉴스
- 축구로 쌓인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요.
"축구하는 것 자체가 좋아서 축구 때문에 쌓이는 스트레스는 적어요. 게다가 영국은 우리나라처럼 밖에서 놀거리가 많은 곳이 아니잖아요. 날씨 변덕이 심해 산책하기에 좋은 환경도 아니고요. 그러다 보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요. 집에서 보통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하거나 TV를 봅니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종종 보기도 합니다."
- 쉴 때는 '방콕(집에만 콕 박혀 있다는 뜻)'이군요.
"그렇다고 항상 집에만 있는 건 아니고요.(웃음) 최근엔 연말이고 해서 외식을 많이 했어요. 한식과 양식은 물론이고 일식, 중식까지 다 좋아하거든요. 지인들과 런던 시내에 나가 자주 식사를 하는 편입니다. 쇼핑도 좀 했어요. 연말은 영국인들이 쇼핑을 즐기는 기간이기도 하고요. (토트넘에서 함께 뛰었던) 친구 케빈 비머(스토크 시티)와 같이했습니다.(웃음)"
- 유창한 독일어 실력을 가진 것은 널리 알려졌는데, 영국 생활 시작과 동시에 통역 없이 영어 인터뷰까지 하더군요. 언어에 남다른 재능이 있는 건지 아니면 비결이라도 있나요.
"언어에 재능이 있다기보다는 외국에 오래 살면서 현지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다 보니 저절로 (외국어가) 는 것 같습니다. 원래 언어는 어릴 때 배우면 빨리 배운다고 하잖아요. 난 어릴 때부터 외국 생활을 했어요. 덕분에 영국 생활에 잘 적응했고 언어도 빨리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게다가 소속팀엔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모입니다. 이들과 그저 직장 동료에 그치지 않고, 친분을 쌓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어요. 좋은 관계를 쌓으려고 한 것도 언어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 마지막으로 올해 가장 이루고 싶은 소원 딱 한 가지만….
"가장 이루고 싶은 소원은 뭐니 뭐니 해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거예요. 지난 월드컵에서는 나 스스로도 아쉬움이 컸고,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대회를 통해 꼭 (축구팬·국민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한 경기, 한 경기에 모든 걸 쏟아붓고 후회 없이 뛰는 것을 목표로 하겠습니다. 축구팬 여러분들도 올해 건강하시고, 즐거운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