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언제나 뜨거운 눈물이 멈추지 않는 무대다. 4년 간 한 곳만 보고 달려온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한 데 모여 환희와 좌절 사이를 오가는 장이다.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을 담은 눈물이 평창을 수놓고 있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험난한 길을 달려왔다. 결성 과정부터 숱한 고난과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런 그들이 꼭 이기고 싶었던 단 하나의 상대는 바로 일본이었다. 그러나 14일 일본과 맞대결에서 1-4로 지고 말았다. 경기 후 선수들은 분한 눈물을 쏟았고, 서로를 위로하며 아쉬움을 털어냈다.
새러 머리 총감독은 만감이 교차하는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했던 것들이 너무 자랑스러워 감정이 북받쳤다"고 했다. 북한으로 돌아가야 하는 선수들을 위해 "남은 기간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아이스댄스 대표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의 희망은 처음부터 단 하나였다. "꼭 프리댄스에 진출해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아리랑'을 연기하고 싶다"는 것이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홀로 아리랑'을 프리댄스 배경음악으로 선택한 이유다. 그리고 20일 한복을 개조한 경기복을 입고 은반에 나서 애절한 '아리랑' 연기를 펼쳤다. 민유라와 겜린도 울고, 대한민국도 울었다.
남자 스켈레톤 금메달에 빛나는 윤성빈은 깜짝 이벤트로 자신의 스승 이용 총감독을 울렸다. 윤성빈은 16일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수상했지만, 이 감독은 여자 대표팀 경기를 지휘하느라 그 장면을 지켜보지 못했다. 윤성빈은 17일 기자회견을 앞두고 이 감독의 목에 직접 메달을 걸어줬다. 제자의 금빛 메달을 본 이 감독은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흘렸고, 윤성빈 역시 눈시울을 붉히며 휴지로 눈물을 닦아 냈다.
이상화는 여전히 강했다. 18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레이스를 펼쳤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창의 관중은 "이상화! 이상화!"를 목놓아 외쳤다. 한 손에 태극기를 든 이상화도 경기장을 가득 메운 박수 속에 어깨 짐을 털어 버리고 눈물을 쏟았다. "금메달을 따지 못해 슬퍼서 운 게 아니다. '이제 끝났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며 "경기 결과에 만족한다.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스키 여제' 린지 본의 할아버지 돈 킬도우는 한국전쟁에 참전용사다. 평창올림픽이 열린다는 소식에 "함께 가자"며 손녀를 응원했다. 하지만 그런 할아버지는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본은 21일 여자 알파인스키 활강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자회견에서 할아버지 얘기가 나오자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함께할 수 있는 금메달이라 더욱 값지다. 최민정, 심석희, 김아랑, 김예진이 팀을 이룬 한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은 20일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2014년 소치 대회에서도 계주 금메달을 땄던 맏언니 김아랑은 "모두 함께 시상대에 올라가는 기쁨을 동생들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했고, 그 희망은 이날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