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면 볼거리가 나온다. 이번 시즌에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눈여겨볼 만한 볼거리를 다섯 가지로 추려 봤다.
첫 번째는 LA 에인절스에서 투타 겸업에 나서는 오타니 쇼헤이다. 베이브 루스 이후 메이저리그에선 투타 활약을 동시에 펼친 선수를 찾을 수 없었다. 오타니는 최고 구속 162.5km의 패스트볼을 던지고, 3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 낼 수 있는 파워의 소유자다. 과연 메이저리그 첫 시즌에서 어떤 위력을 보여 줄지 초미의 관심사다. 이미 에인절스는 오타니를 위해 6인 로테이션을 유지할 계획을 밝혔다. 또한 지명타자로 그를 내보내기 위해 역할이 겹칠 수 있는 C.J. 크론을 탬파베이로 트레이드했다. 과연 시즌이 끝났을 때 그의 투타 기록은 어떤 지점에 가 있을까.
다음은 뉴욕 양키스 중심타선이다. 오프시즌 동안 지안카를로 스탠튼을 트레이드로 영입해 애런 저지-스탠튼 조합을 만들었다. 양키스 입장에선 1920~1930년대를 풍미한 베이브 루스, 루 게릭 조합이 떠오르게 한다. 저지와 스탠튼은 지난해 홈런 111개를 합작해 1961년 양키스 대선배 미키 맨틀, 로저 매리스가 기록한 홈런 115개에 근접했다. 맨틀과 매리스는 한 시즌 팀 동료로 5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커플이었다. 스탠튼의 가세로 양키스는 1997년 시애틀이 기록한 한 시즌 팀 최다 홈런인 264개에도 도전한다.
휴스턴의 월드시리즈 2연패 여부도 관심거리다. 지난해 휴스턴은 시즌 중에 에이스 저스틴 벌렌더를 영입하는 신의 한 수를 발휘하며 창단 이후 첫 월드시리즈를 품에 안았다. 오프시즌에는 피츠버그 에이스 게릿 콜을 트레이드로 데려와 영광을 이어 갈 준비를 끝마쳤다. 선발진은 더욱 탄탄해졌다. 벌렌더-댈러스 카이클-콜로 이어지는 원투스리펀치에 1선발 잠재력을 갖춘 랜스 매컬러스 주니어 그리고 베테랑 찰리 모튼까지 '판타스틱5'를 완성했다. 야수진도 탄탄하다. 전성기에 접어든 호세 알투베
·조지 스프링어·카를로스 코레아·마윈 곤잘레스·알렉스 브레그먼 같은 젊은 선수들에 브라이언 매캔·에반 게티스 등 경험 많은 선수들이 조화를 이룬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연패를 이룬 뉴욕 양키스 이후 20년 가까이 월드시리즈 연패 팀은 나오지 않고 있다.
네 번째 관전 포인트는 전통 라이벌전의 부활이다. 메이저리그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여러 라이벌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역사와 치열함을 감안하면 양키스와 보스턴, 샌프란시스코와 LA 다저스 라이벌전을 뛰어넘기는 어렵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양키스와 보스턴은 서로 엇박자를 내며 라이벌다운 치열함을 보여 주지 못했다. 하지만 작년에 양키스가 대약진을 했고, 스탠튼까지 영입하며 '제국의 부활'을 선언했다. 이에 맞서 보스턴은 'FA 최대어' J.D. 마르티네즈를 영입하며 맞서는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작년 부상으로 위력을 보이지 못한 데이비드 프라이스가 살아나면 크리스 세일과 강력한 원투펀치를 이루고, 리더 더스틴 페드로이아를 필두로 무키 베츠·재키 브래들리 주니어·앤드루 베닌텐디·헨리 라미레즈·잰더 보가츠 등을 앞세워 한판 승부를 기대하게 한다.
작년에 한 끗 차이로 월드시리즈 우승에 실패한 다저스는 이번 오프시즌에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시즌 슈퍼 루키로 등장한 코디 벨린저와 새롭게 탄생한 저스틴 터너·야시엘 푸이그·크리스 테일러·오스틴 반스에 코리 시거까지 막강 타선을 유지하고 있다. 클레이튼 커쇼와 켄리 잰슨이 건재하고 기량이 급성장한 알렉스 우드와 작년보다 더 좋은 투구 내용이 기대되는 류현진 등 마운드도 괜찮다. 이에 맞서는 샌프란시스코는 에반 롱고리아·앤드루 매커친·오스틴 잭슨 등 베테랑을 영입하며 전열을 재정비했다. 선발진은 부상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매디슨 범가너와 부진했던 조니 쿠에토의 부활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고, 역시 부상으로 시즌을 망쳤던 마무리 마크 멜란슨이 문제없이 복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저스의 지구 독주를 그냥 바라보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인 것이다.
마지막 볼거리는 클리블랜드의 70년 만에 우승 도전이다. 2000년대 들어 보스턴·시카고 컵스와 화이트삭스·휴스턴·샌프란시스코·캔자스시티 등 장기 가뭄에 시달렸던 팀들이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갈증을 풀어 냈다. 인디언스는 재작년 컵스에 7차전에서 눈물을 흘렸다. 코리 클루버와 카를로스 카라스코의 원투펀치가 건재하고, 프란시스코 린도어·호세 라미레스·에드윈 엔카나시온 등이 '야후 추장의 저주'를 풀 주역들이다.
올해는 유난히 볼거리와 관심사가 많은 시즌이 될 전망이다. 이들 선수와 팀들의 멋진 활약을 기대하며 이제 막 시작한 스프링캠프의 열기를 느껴 보자.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