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크로스'는 지난 20일 16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크로스'는 병원과 교도소를 넘나들며 복수심을 키우는 천재 의사 고경표(강인규)와 그의 분노까지 품은 휴머니즘 의사 조재현(고정훈)이 만나 서로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예측 불허한 사건들을 겪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장기이식 서번트증후군 등 색다른 메디컬 드라마를 표방하며 야심 차게 출발했지만 오래 못 가 삐거덕거렸다.
논란은 고경표의 입에서 시작됐다. 고경표는 제작발표회에서 시청률 공약과 관련해 말실수를 범했다. 고경표는 "시청률 공약을 생각해 본 적 없다. 물론 잘 나오면 좋지만 얼마나 나와야 잘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구걸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제작발표회에서 흔히 시청률 공약을 건다. 작품에 임하기 전 사기 증진을 위한 이벤트성에 가깝다. 제작진을 좀 더 배려했다면 '구걸하는 것 같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당시 신용휘 감독이 뒤이어 고경표의 말실수를 수습했지만, 고경표는 끝까지 소신을 밀고 나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고경표가 말실수했다면, 전소민은 '무존재감'이었다. 전소민은 고지인 역으로 극 중 조재현의 딸로 분했다. 여주인공이나 다름없는 캐스팅이었다.
전소민은 SBS '런닝맨'에서 '돌아이' 이미지가 강하다. 예능 캐릭터로 나름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배우지만, 배우로서 입지는 예능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이 때문에 '크로스' 시작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아니나 다를까 전소민의 극과 극 캐릭터는 극의 몰입도를 방해했다. 일요일 저녁에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다면, 다음 날인 월요일 저녁엔 급하게 진지한 캐릭터로 돌변했다. 게다가 초반에는 존재감이 없었다. 오히려 양진성이 여주인공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논란의 마침표는 조재현이 찍었다. 조재현은 성 추문 의혹에 휩싸이며 세간을 뜨겁게 달궜다. 이에 지난달 28일 드라마에서 자진 하차를 선언했고, 12회에서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하며 모습을 감췄다. 주연급이 빠지면서 제작진은 이른바 '멘붕'에 빠졌다. 제작진은 조재현 사태로 급하게 대본을 수정했고, 이미 촬영된 분량을 편집하는 등 바삐 움직였다. 결국 전소민·허성태·장광 등의 분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며 극은 지루하게 변질됐다.
이는 결국 시청률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최고시청률 4.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찍었지만 3.1%까지 떨어졌다. 화제성도 점차 멀어졌다. 이와 관련해 방송계 관계자들은 "야심 찬 출발과 달리 힘을 잃은 작품"이라며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