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속 며느리들의 삶이 현 시대상을 대변하고 있다. 시대는 변했지만, 며느리 역할에 대한 무게감, 남편의 중재자 역할 부재, 시댁의 일방소통은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 더 가혹했다.
19일 방송된 MBC 교양 파일럿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2회에는 민지영, 김단빈, 박세미의 두 번째 이야기가 펼쳐졌다.
민지영은 신혼여행 직후 시댁으로 향한 신참 며느리였다. 식사 내내 시댁 어른들의 눈치를 봤다. 남편은 시댁이나 친정에 갈 때 손님 대접을 받지만, 그러지 못한 며느리의 현실이었다. 민지영은 자신의 모습을 통해 친정엄마를 떠올렸다. "나는 오늘 하루지만 우리 엄마는 40년을 이렇게 살았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엄마가 보고 싶다"며 눈물을 보였다.
결혼 4년 차 슈퍼 워킹맘 김단빈은 집안일과 육아, 개인사업, 시부모님 식당 운영까지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그럼에도 잔소리는 끊임이 없었다. 아이들의 옷부터 교육 문제까지 시어머니의 참견이 이어졌다. 며느리를 향한 거침없는 말투와 억양은 더욱 깊은 상처를 만들었다. 숨이 막힌다고 답답함을 호소하던 김단빈은 오열했다.
박세미 역시 짠내가 나긴 마찬가지였다. 첫째 제왕절개 후 둘째 역시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는 의사소견이었다. 산모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시아버지는 "아이큐가 2% 정도 높을 수 있다. 자연분만을 해야 태아도 산모도 건강하다"고 주장했다. 태어날 손주 걱정에 자연분만을 거듭 권했다. 남편 김재욱은 중재자로서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 눈치만 볼 뿐이었다. MC 권오중마저 "남편이 확실한 입장을 전했어야 했는데 저건 남편이 잘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남편과 병행해야 할 아이들의 육아를 며느리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현실과 함께 결혼 후 독립된 가정임에도 자녀 가정에 간섭하는 시댁의 모습, 시댁에서의 며느리 위치, 며느리의 역할이 시대변화의 흐름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음을 담아냈다. 이것은 비단 세 가정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상한 나라는 대체 왜 며느리에게만 이렇게 가혹한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모두의 행복을 위해선 가족 전체에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