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브랜드의 할인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1000만원 할인은 기본이다. 타던 차를 반납하면 500만원을 더 깎아 주기도 한다. 할인 폭이 커지면서 차량 성능보다는 프로모션 여부에 따라 수입차 판매 1위 모델(베스트셀링카)이 매달 뒤바뀌고 있다. 물론 할인은 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가격 거품과 중고차 잔존가치 하락 등 수입차 시장 신뢰도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무지막지한 할인 전쟁
1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아우디는 지난달 2165대를 팔아 벤츠·BMW에 이어 수입차 판매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아우디의 2018년형 'A6 35 TDI'는 지난달에 1405대가 팔리며 수입차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다.
이 같은 폭발적인 판매량 증가는 판매 재개와 함께 시행한 특별 할인 조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우디는 연식 변경을 거친 A6를 재출시하면서 지난달 최대 1600만원에 달하는 혜택을 적용했다.
자체 금융상품을 이용하면 최대 1300만원 할인을 지원하고, 여기에 타던 차를 반납하면 300만원을 추가로 할인해 줬다.
A6 공식 판매가가 6170만~682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할인 적용시 4000만원 후반대에서 5000만원 초·중반대에 구입이 가능한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A6의 판매량 증가는 차량 성능보다는 파격적인 할인 영향이 컸다"며 "올해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타이틀은 할인 폭이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2월 중형 세단 'E200'에 최대 1500만원 할인을 제공해 3월 베스트셀링카(2736대 판매)에 올랐다.
BMW 역시 올해 초 중형 세단 '3시리즈'를 최대 1000만원 이상 할인 판매해 2월 수입차 판매 1위(1585대)를 차지했다.
'제 살 깎아 먹기' 우려
업계는 이 같은 지난친 판매 경쟁이 결국 '제 살 깎아 먹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한 수입차 딜러는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임의로 할인 판매해 회사에 손해를 입히기도 했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지난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BMW 전직 딜러 A(40)씨를 입건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A씨는 할인 판매로 발생한 차액을 자신의 돈이나 다른 구매자에게 받은 차량 값으로 충당하는 '돌려 막기' 영업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차량 판매사인 한독모터스는 지난해 말 '차량 대금을 냈는데도 차량이 출고되지 않고 있다'는 한 구매자의 항의를 받고 진상 파악에 나섰다.
A씨는 22명에게 차량 값 15억원을 받고도 앞선 구매자들의 할인 차액을 충당하느라 한독모터스에 입금해야 할 이들의 차량 값을 치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독모터스는 22명 모두에게 피해금 전액을 환불하는 한편, A씨를 고소했다.
한 수입차 딜러는 "수입차 업체 간 판매 경쟁이 날로 심해지면서 딜러들은 자신의 판매 수당은 물론이고 사비까지 털어 가며 추가 할인에 나서고 있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차를 아무리 많이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털어놨다.
소비자들도 새 차를 싸게 샀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기존 차량 구매자들의 잔존가치 하락이 우려된다. 중고차 시장 특성상 할인된 신차가 시장에 쏟아지면 자연스레 중고차 시세도 하락하게 된다. 구매 시기에 따라 신차급 중고차가 2~3년 된 중고차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여기에 국산차에 비해 여전히 비싼 수입차 부품 값과 공임은 차를 모는 내내 소비자 몫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들은 차를 싸게 파는 대신 수익률을 보전하기 위해 서비스 비용을 높게 책정한다"며 "파격 할인 경쟁의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