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교류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농심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북 간 경제협력 방안 논의를 통해 북한 길이 열릴 경우 당장 생수 '백산수'의 물류비를 아낄 수 있어서다. 여기에 개성공단을 비롯한 북한 시장이 개방되면 신라면 진출 등 새 시장 확보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백산수 물류비 절감 효과 기대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심이 남북 경협 재개 움직임을 반기는 가장 큰 이유는 백산수의 물류비 절감 효과 때문이다.
백산수는 농심이 신라면에 이어 차세대 신사업으로 육성하는 주력 제품이다.
백산수는 현재 중국 연변에서 생산되고 있다. 2015년 말 '나진-하산 프로젝트' 3차 시범 운송사업의 일환으로 백산수 170여 톤을 북한 나진항을 통해 운송한 적이 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남·북·러 3각 협력 사업 중 하나다. 나진항 제3 부두에서 러시아 국경도시 하산까지 철도 54㎞를 개·보수해 남·북·러 물류 수송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기 위해 2013년 11월 닻을 올렸다. 사업에는 포스코와 현대상선, 코레일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2014년 12월 나진~하산~포항 1차 시범 운송, 2015년 4월 나진~하산~당진·광양 2차 시범 운송, 2015년 11월 나진~하산~포항·광양·부산 3차 시범 수송 등 사업은 원활하게 굴러가는 듯했다.
그러나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이에 따른 우리 정부의 대북 독자 제재 여파로 전면 중단됐다.
이로 인해 농심은 백산수를 현재 생산공장인 중국 연변에서 다롄항까진 철도로, 다롄항에서 평택항과 부산항까진 각각 해상 루트를 이용해 국내에 들여오고 있다. 연변에서 다롄항까지 육상으로 1000km, 다시 평택과 부산항까지 해상으로 각각 600km, 1000km의 거리다. 운송 거리가 총 2000km에 달한다.
하지만 북한 나진항을 통해 국내로 들여올 경우 공장에서 나진항까지 약 250km, 부산항까지 950km 정도로 총 1200k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운송 거리가 800km 줄어 물류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농심 관계자는 "생수 사업에서 물류비 관리는 중요한 부분"이라며 "나진항 노선이 재개되면 수송 거리가 짧아지고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해상 운송 비중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노선이 정기화되면 백산수의 해외 수출에 활용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북한을 관통하는 육로·철길이 열린다면 비용 절감 효과는 훨씬 커지게 된다. 더 가까워질 중국·러시아에서 사업 기회도 확대될 수 있다.
신라면에도 호재
남북 교류가 활성화되면 신라면에도 호재가 될 수 있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 신라면은 중국 등을 통해 북한에 밀수출돼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는 내용이 전해진 바 있다. 또 대체 식품의 속성상 아무래도 북한 사회에 확산될 수 있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더욱이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내수 기업이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음식 문화를 공유하는 북한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를 경우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농심 관계자는 "중국 접경 지역을 통해 신라면이 거래된다는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며 "경제 교류가 활성화되면 아무래도 라면 업계도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 역시 "남북의 식문화가 이질성이 없는 만큼 같은 시장이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은 농심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했다.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 대북 제재안, 소득 격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146만원으로 남한(3198만원)의 5% 수준이다. 정부 지원 없이 원활한 물자 교류가 어렵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제 소득 격차가 있기 때문에 소비가 얼마나 증가할지에 대한 예측은 어렵지만 새 시장이 열리기 때문에 농심에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