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신화가 스무 살 생일을 맞았다. 데뷔 20주년이다. 신화는 1998년에 데뷔해 20년 동안 정규 앨범 13장을 발표했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많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신화라는 이름을 지켜 냈고 데뷔곡 '해결사'를 시작으로 수 많은 히트곡을 발표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단 한 차례의 멤버 교체 없이 20년을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현재진행형' 최장수 아이돌 그룹 신화. 아이돌 7년 차 징크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해체하거나 멤버가 탈퇴하는 그룹이 많기 때문에 신화 20주년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20주년을 더욱 의미 있게 팬들과 자축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신화를 어렵게 취중토크 자리에 앉혔다. 마침 취중토크를 진행한 날은 신화가 신화의 상표권을 완벽하게 찾은 '신복절(팬들이 상표권 소송이 마무리된 날을 기념해 신화와 광복절을 합성해 신복절이라고 부른다. 매년 5월 29일)'이라 더욱 뜻깊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 JTBC '신화방송' 이후 오랜만에 신화 리얼리티도 준비 중이죠. 전진= "처음 할 땐 힘들었고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이번엔 경험이 많이 쌓여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이 많은데 어떤 걸 해야 재밌을지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도 20년 동안 같이 활동한 멤버들과 완전체로 예능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재밌을 것 같긴 해요."
- 올해 MBC '무한도전' 시즌1이 막을 내렸어요. 전진씨는 시즌1을 마무리한다는 얘기를 듣고 어땠나요. 전진= "그때 '무한도전'을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많은 분이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한동안, 몇 년 동안 멤버로 참여한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인간적으로 형들에게 배운 게 많아요. 내가 출연할 땐 몸으로 도전하는 게 많았는데 더 나이가 들어도 꼭 한 번 기회가 되면 다시 봅슬레이나 여러 가지 몸으로 하는 도전을 형들이랑 해 보고 싶어요."
- 에릭씨는 tvN '삼시세끼'를 통해 나영석 PD 사단이 됐죠. 같이 예능을 해 보니 어땠나요. 에릭= "관찰력이랑 사람을 파악하는 능력이 정말 탁월한 것 같아요. 그동안 예능을 많이 거절했던 이유가 내가 관찰의 대상이 된 상태에서 의식하지 않고 연기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어요. 근데 나영석 PD님은 그걸 느끼지 못하게 관찰하고 촬영해요. 20년 동안 예능을 하면서 인터뷰하면 '자 이제 촬영합니다. 인터뷰합니다' 하고 인터뷰했어요. 근데 그 팀은 뒤에서 멀리에서 찍으면서 카메라를 당겨서 인터뷰해요. 주변 환경에 섞여 있는 상태에서 인터뷰하니까 자연스럽게 말하는 분위기가 되는 것 같아요."
- 예전엔 아이돌 출신이 연기한다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이 많았어요. 어떻게 극복했고, 연기자로서 원하는 방향대로 걸어가고 있는 것 같나요. 에릭= "난 가수 출신 연기자지만 동완이는 연기자 출신 가수예요. 동완이는 나보다 그런 말을 많이 듣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워낙 가수 출신 연기자가 많지만 우리가 활동했을 때는 지금처럼 많지 않았어요.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점에 안 좋은 시선이 있었던 것도 맞지만 그만큼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작품에 들어간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연기 활동을 하면서 신화라는 이름을 이용하고 싶지 않아서 본명인 문정혁으로 활동했어요. 근데 그것도 지나고 보니까 교만한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그땐 내가 주인공이든 주·조연이든 연기자로서 극을 책임지고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더 그렇게 행동하기도 했어요. 근데 지금은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하는 것 같아요." 동완= "돌아보면 신화로서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연기자로서는 모르겠어요. 솔직히 말하면 아쉬움도 있어요."
- 동완씨는 전원생활을 시작했다고요. 동완= "MBC '나 혼자 산다' 때 보여 드린 집에서 가평으로 이사했어요. 바빠지면 서울에 원룸을 하나 구해야 할 것 같아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걸 힘들어하더라고요. 근데 난 가평에 와서 앞집 개랑도 놀고, 잔디도 깎고, 더 많은 걸 해요. 할 게 없어서 집에 철봉까지 사다 놓고 운동해요."
- 1990년대 때 같이 데뷔했던 아이돌 1세대들이 재결합하는 것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나요. 민우= "보기에 좋죠. 예전에 젝키·핑클 또 우리 안무를 다 짠 분이 있어요. 우리에겐 드림콘서트의 향수가 있거든요. 그 형이 어느 날 신화·god·H.O.T.·젝키·핑클·S.E.S. 다 모여서 며칠 동안 주경기장에서 축제처럼 공연하면 재밌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진짜 재밌을 것 같아요." 에릭= "그 공연의 포인트는 팬들의 기 싸움이죠. 요즘엔 아이돌이 많아서 그러지 않는 것 같은데 우리가 활동했을 때는 정확하게 각 그룹에 라이벌 관계가 있었어요. 그때 팬들의 기 싸움이 엄청났죠. 다시 그런 걸 하면서 공연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동완= "이 기사를 보고 공연에 투자하려는 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해 주시면 좋겠네요.(웃음)" 혜성= "그런 컬래버레이션과 관련된 상상은 누구나 할 것 같아요. 강타랑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시상식 같은 곳에서 (장)우혁이랑 민우가 대결 구도로 춤을 추며 등장해서 공연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얘기요. 함께 활동했던 가수들과 같이 공연하는 걸 상상만 해도 즐거워요."
- 얻고 싶은 타이틀이 있나요. 민우= "오래 활동해서 '전설'이라는 말을 해 주는데 지금은 '아이돌의 전설'이라는 말 자체가 고맙더라고요. 20주년이라는 시간을 달려와서 대한민국 아이돌의 전설이 된 신화가 되고 싶어요. 신화랑 전설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잖아요." 에릭= "신화는 신화죠. 이 타이틀이 좋은 것 같아요." 앤디= "산에 자주 가는데요. 거기엔 오래된 나무가 있어요. 나무는 시간이 지날수록 멋있어지잖아요. 신화도 시간이 지날수록 멋있어지고 깊은 향기가 나는 그룹이 되면 좋겠어요."
- 최장수 아이돌이자 선배로서 책임감이 크나요. 민우= "후배들이 요즘 워낙 잘하잖아요.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1위를 하는데 정말 자랑스럽더라고요. (방)시혁이 형이랑, 안무가 형들이랑 다 친한데요. 작게 시작해서 오직 음악과 무대만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라온 건 대단한 것 같아요. 신화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또 다른 신화를 쓰고 있는 것 같아 자랑스럽더라고요. 정국아 연락해.(웃음)"
- 20년 뒤엔 어떤 모습일까요. 혜성= "머리카락이 지금보다 더 빠진 애들도 있을 테고 구부정하게 걷는 애들도 있겠지만, 그렇게 나이가 들어도 철은 안들 것 같아요. 그때도 모여서 얘기하면 장난칠 것 같아요. 전진은 20년 뒤에도 깐죽댈 것 같아요." 전진= "에이~ 깐죽이 뭐야." 혜성= "지금까지 한 만큼 앞으로도 잘하고 싶어요."
-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나 목표가 있나요. 민우= "더 많은 인기나 명예를 얻고 싶기보다 그냥 지금처럼 걸어온 길이 너무 좋아서 이 길을 계속 걷고 싶어요. 이걸 유지하는 게 목표죠. 30주년이 되고 40주년이 되더라도 서로 흩어져서 다른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신화 안에서 같이 일도 하고, 또 때론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지내고 싶어요. 이제 멤버들은 가족 같아요. 동완이가 건강을 자주 강조하는데 정말 건강하게 팀을 잘 이끌고 싶어요." 동완= "예전엔 '아프지 말자'가 목표였는데 이젠 '죽지 말자'가 목표예요. 죽지만 않으면 뭐든 할 수 있으니까."
- 신화에 신화란. 혜성= "가족이고 심장이죠." 민우= "신화는 심장이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 계속 뛰고 있는 존재예요." 에릭= "신화는 신화다. 그 한마디로 모든 게 설명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