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년이 걸렸다. 그룹 페퍼톤스(신재평·이장원)가 새 앨범을 내는데까지 걸린 시간이다. 디지털 싱글 형태의 음원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지만 페퍼톤스는 트렌드를 쫓지 않는다. 충분한 시간 속에서 묵묵히 자신이 하고자하는 음악을 한다. 페퍼톤스가 최근 발매한 정규 6집 '롱 웨이(Long wqy)'와 함께 긴 여행에서 돌아왔다. 타이틀곡은 '긴 여행의 끝'. 4집 수록곡 '행운을 빌어요' 속편이다. 멀리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사람의 이야기다. 타이틀곡을 비롯해 이번 앨범엔 페퍼톤스의 음악적 고민과 그 속에서 만들어낸 변화가 가득 담겼다. 기존의 음악 스타일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않았지만, '다름'이 존재한다. 전작에선 페퍼톤스의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이번엔 곡마다 가상의 주인공이 있다. 수록곡마다 담아낸 이야기는 다르지만 그러면서도 연속성은 존재한다. 듣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음악이라는 점은 그대로다.
-약 4년만에 앨범을 발매한 소감은. 신재평(이하 신) "3년 9개월만이다. 오랜만에 앨범으로 인사를 드릴 수 있어서 설렌다. 방송이나 라이브 공연은 꾸준히 했찌만 공들여 준비한 앨범을 짠하고 보여드리는 게 오랜만이라 긴장도 된다." 이장원(이하 이) "방송도 방송이지만 공연도 단독으로 진행하고, 페스티벌도 해왔다. 하지만 앨범을 오랜만에 선보이는거라 새로운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느낌의 곡으로 인사드리게 돼 기쁘다."
-앨범 소개를 해달라. 신 "멀리 떠났다가 돌아오는 사람의 이야기다. 타이틀곡은 '행운을 빌어오'의 속편같은 느낌이다. 전작에선 저희들의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엔 곡의 주인공이 각각 이야기 속의 가상의 인물들이다. 그 점이 전작과 가장 큰 차별점이다. BBC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영감을 받아서 쓴 곡도 있고, 소설 등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받고 상상해서 주인공을 만들어냈다."
-소속사 수장인 유희열씨의 반응은. 신 "전작과 달라서 좋다는 말을 해주셨다." 이 "칭찬을 격하게 해주셨다. 모든 앨범에 칭찬을 많이 해주시는 편이긴 하다. 사실 유희열 사장님은 감사하게도 저희 팬을 자처해준 분이라 든든하다. 떄론 채찍질이 필요하긴 한데 항상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이번 앨범에 대한 음악적 성취감은 어느 정도인가. 신 "적당한 선을 찾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저희 음악을 꾸준히 들어본 분들을 알 수 있을텐데 그동안은 음악이 한 없이 팽창하는 느낌이었는데 4집 부터 변곡점을 겪어서 편곡이 간단해지다가 다섯번째 앨범은 극단적으로 간단하게 냈다. CD와 무대에서 공연할 때 똑같은 사운드를 재연하고 싶어서 화려한 편곡을 많이 거둬냈는데 이번 앨범에선 그 중간점을 찾은 것 같다. 4집~5집의 연장선을 잇는 음반으로 만족한다.
-수록곡 '할머니와 낡은 로케트'는 이진아씨가 피처링에 참여했다. 신 "진아를 염두에 두고 곡을 만든건 아니었는데 보컬리스트를 찾다가 주인을 찾아가게 됐다. 정규 5집 '하이파이브' 때에도 코러스로 참여해줬다. 당시 엣지있는 목소리를 찾았는데 수소문해서 진아를 찾아냈다. 그때가 'K팝스타' 출연 전이다. 진아가 정말 그렇게 될 줄 몰랐는데 이렇게 한 식구가 됐다." 이 "우리가 자부심이 있다. 'K팝스타' 나가기 전에 이미 저희가 진아를 알아봤다는 자부심. 솔직히 'K팝스타' 객원심사에 가서 진아가 참가자로 걸어나와서 깜짝 놀랐다."
-요즘 눈여겨 보는 아티스트는 누구인가. 이 "옛날에는 객원 보컬 시스템이 많아서 후배들 중 어떤 분들이 있을까, 어떤 목소리가 있을까 많이 들어봤었는데 요즘에는 그렇진 않다. 그래도 요즘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후디다. 후디 팬이다. 공연을 보고 반했다." 신 "밴드 향니의 향니를 언급했다. 창법도 독특하고 개성이 있어서 이번 앨범 때도 고민을 했다. 우리 음악 드럼을 해주는 친구가 향니 밴드 소속이다. 그래서 향니 쇼케이스 때 게스트로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 때 목소리를 듣고 관심을 갖게 됐다."
-예능 출연이 공연이나 앨범 홍보에 도움이 되고 있나. 이 "그런걸 바라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않을까. 공연에 많은 분들이 오는 건 좋은거라고 생각한다. 여름에 클럽 투어를 했을 때 200분 정도 오는데 재평이가 tvN '문제적 남자'를 보고 공연에 온 분들을 손들라고 했는데 의외로 손 드시는 분이 있었다. 엄청 많진 않았지만." 신 "3년 9개월의 공백 동안 방송을 열심히 해서 페퍼톤스라는 팀이 그래도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수면 위에 있었던 것 같다."
-'문제적 남자'에 같이 출연했던 방탄소년단 RM이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컴백 무대를 하는 등 좋은 성적표를 받고 있는 걸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이 "자랑스럽다. 프로그램을 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는지 만나거나 좋은 소식을 들으면 반갑고 좋더라. 만나면 '형 음악 이야기 하고 싶어요'라고 하는 진지하면서도 착한 친구다."
-신재평씨는 가정도 이루고 아빠도 됐다. 음악을 할 때 변화가 있나. 신 "땡스투를 넣을 수 있었다면 어린이집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썼을 것 같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나서 거기서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인간성이 앨범에 반영된 것 같다. 사실 영감을 받았다는 다큐멘터리도 아기를 보여주다가 보게 됐다."
-팀워크를 유지하는 비결이 궁금하다. 신 "그 흔한 솔로 앨범 하나 내지 않고, 이견 없이 온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성격이 원만한 편이다." 이 "서로 너무 잘 안다. 따로 음악하면 안된다는 걸.(웃음) 음악 만들 때 싸우는데 그래도 일하기 전부터 워낙 친한 친구라서 그런지 금방 또 원만하게 관계가 유지가 된다. 솔로 앨범을 내면 큰일 난다는 거, 망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인생을 걸고 하고 있다. 둘이 같이 있어서 그나마 멋질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 페퍼톤스가 추구하는 음악은. 신 "사실 처음엔 무작정 신나는 노래를 하자는 느낌이었다. 근데 조금씩 우리가 정한 틀에서 완화되는 것 같긴 하다. 기본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위로가 되는 음악을 만들자는 음악을 대하고 접근하는 태도는 같다. 하지만 여기서 더 완화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