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은 2020 도쿄올림픽 전초전이다. 국가대표팀 세대교체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그러나 젊은 선수들 다수가 성적으로 승선하기 어려운 처지다.
선동열 국가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11월에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를 전후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실력이라면 APBC에 참가한 선수가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선수들의 잠재력을 높게 샀고, 세대교체 주자로 점찍었기 때문이다.
명확한 선발 기준은 실력. 선 감독은 "선발 시점에서 가장 좋은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를 뽑겠다"고 했다. APBC에 참가한 선수에게도 적용되는 전제다. 좋은 결과가 동반되지 않으면 세대교체라는 명분도 퇴색될 수 있다. 아시안게임 성적이 금메달 획득보다 병역 혜택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APBC 어드밴티지는 미미할 전망이다. 승선이 기대됐던 선발투수 세 명이 모두 부상 탓에 시즌 준비가 미흡했다. 전지훈련서 팔 상태에 문제가 생겼다. 국제 대회 후유증으로 보인다. 가장 빨리 복귀한 우완 사이드암 임기영(KIA)은 선발 자리를 굳히지 못했다. 최근엔 구원투수로 나서고 있다. 같은 유형 투수 박종훈(SK)
·고영표(kt)
·김재영(한화) 등이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5월 말에 복귀한 장현식은 선발진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박세웅은 지난 9일 KIA전 시즌 첫 등판에 나섰다. 선 감독은 이들에 대해 "기량이 검증된 선수기 때문에 부상을 다스린다면 제 몫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회복 정도를 검증할 시간이 부족하다. 대회까지 두 달이 넘게 남았지만 애써 모험할 가능성은 낮다.
야수진도 APBC에 참가한 선수 대부분이 팀 내 경쟁에서 밀려 있다. 한화 내야수 하주석도 시즌 성적에 발목이 잡힐 전망이다. 준수한 타격 능력과 멀티 수비가 가능한 자원이지만 60경기에서 타율 0.231
·출루율 0.272·장타율 0.335에 그쳤다. 승선이 유력해 보였던 박민우(NC)도 2루수 가운데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 선발이 유력한 선수는 넥센 내야수 김하성과 두산 좌완 불펜 투수 함덕주 정도다. 김하성은 54경기에서 타율 0.321
·장타율 0.528를 기록했다. 수비율(0.972)도 나쁘지 않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전환한 함덕주도 30경기에 등판해 4승1패 13세이브 평균자책점 2.10을 기록했다. 두산의 뒷문 고민을 털어 냈다. 리그 세이브 1위 정우람(한화)과 함께 좌완 듀오를 구축할 수 있다. 넥센 외야수 이정후의 발탁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시즌 성적은 준수하다. 51경기에서 타율 0.322
·출루율 0.392를 기록했다. 2년 차 징크스에 시달리지 않았다. 수비력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워낙 뛰어난 선수가 많은 포지션이다. 비슷한 성적이라면 세대교체와 병역 의무 해결 여부가 작용될 수 있다.
안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