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의 선수들로 손꼽히던 '메날두' 리오넬 메시(31·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유벤투스)가 일찌감치 짐을 싸고 퇴장한 2018 러시아월드컵. '메날두'가 없는 월드컵에서 '차세대 황제' 대관식을 치르려던 네이마르(26)와 '신성' 킬리안 음바페(20·이상 파리 생제르맹)가 '비매너'의 늪에 빠졌다.
시작은 네이마르였다. 네이마르는 이번 대회에서 지나친 할리우드 액션으로 경기 때마다 비난받았다. 16강전 멕시코전에서 미겔 라윤(30·세비야)에게 발목을 밟히자 큰 부상을 당한 것처럼 발목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고, 그라운드 위를 뒹굴면서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VAR) 결과 할리우드 액션으로 판명됐다.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던 네이마르는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나 경기를 치렀다. 네이마르의 이 뻔뻔한 '엄살'은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됐고 그가 뒹구는 모습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수도 없이 패러디됐다. 이후 브라질이 8강전에서 벨기에에 패해 탈락하면서 네이마르는 '엄살' '비매너'라는 꼬리표만 단 채로 월드컵 무대에서 퇴장하고 말았다.
네이마르가 떠난 뒤에도 '비매너' 플레이는 이어졌다. 바통을 이어받은 선수는 프랑스의 '신성' 음바페였다. 벨기에와 준결승 경기가 열리기 하루 전까지만 해도 음바페는 전 세계의 찬사를 한 몸에 받는 선수였다. 메시·호날두·네이마르마저 떠난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할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벨기에전에서 보여 준 불필요한 '비매너 플레이' 하나가 음바페에게 쏟아지던 찬사를 비난으로 바꿨다.
문제가 된 장면은 11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준결승전 프랑스와 벨기에의 경기에서 나왔다. 이 경기서 프랑스는 후반 6분에 터진 사무엘 움티티(25·바르셀로나)의 결승 헤딩골에 힘입어 벨기에를 1-0으로 꺾고 12년 만에 결승전에 진출하는 기쁨을 안았다. 만약 프랑스가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릴 경우 자국에서 열린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
경기 종료 이후 프랑스 선수들은 한껏 이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 최우수선수(MOM)에는 결승골을 넣은 움티티가 선정됐지만 음바페 역시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며 팀의 승리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끝난 뒤 음바페에게 남은 것은 '비매너 플레이'에 대한 질타뿐이었다.
실제로 이날 음바페의 플레이는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다. 벨기에 선수들의 파울에 커다란 몸짓으로 쓰러지는 것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프랑스가 1-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추가시간, 음바페의 믿기 힘든 비매너 플레이가 나왔다. 음바페는 자신이 갖고 있던 공이 터치라인 밖으로 나가면서 벨기에에 스로인이 주어지자 토비 알더바이렐트(29·토트넘)에게 공을 주는 척하다가 그라운드로 던져 드리블하며 시간을 끌기 시작했다. 통상적인 '시간 끌기'의 영역을 넘어선 뻔뻔한 플레이였다. 월드컵 4강전에서 나왔다고 믿기 힘든 이 비매너 플레이에 참지 못한 벨기에 수비수들이 그를 밀쳐 넘어뜨린 뒤에야 음바페의 드리블이 멈췄다. 주심은 그에게 경고 한 장을 줬을 뿐이지만, 이 플레이 하나는 음바페에게 쏟아지던 찬사를 단숨에 비난으로 바꿔 놨다. 미국 폭스스포츠의 중계방송에 출연한 파트리스 에브라(37·웨스트햄)는 "음바페가 네이마르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는 공을 잡고 화려하길 원한다"고 비판했고 경기를 지켜본 축구팬들 역시 SNS를 통해 음바페에 대한 비난을 쏟아 냈다. 음바페는 우루과이와 펼친 8강전에서 이미 과도한 할리우드 액션으로 시간 지연을 노렸다가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 그 한 번이었다면 어린 선수의 욕심으로 치부돼 잊힐 수도 있었으나, 2경기 연속으로 비매너 플레이를 보여 주면서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자신의 축구 실력과 함께 '비매너' 이미지도 심어 주고 말았다.